선거 10일 전 코로나로 숨졌지만 루마니아 알리만 시장 ‘사후 당선’

선거 10일 전 코로나로 숨졌지만 루마니아 알리만 시장 ‘사후 당선’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20-09-29 21:36
업데이트 2020-09-30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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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
득표율 64%로 3선… “재선거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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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데베셀루 시청 외벽에 붙은 이온 알리만 시장의 추모 사진. 데베셀루 로이터 연합뉴스
루마니아 데베셀루 시청 외벽에 붙은 이온 알리만 시장의 추모 사진.
데베셀루 로이터 연합뉴스
루마니아 지방선거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숨진 지방도시 시장이 ‘사후 당선’됐다. 애도의 표시로 주민들이 고인에게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주면서 ‘사망 후 3선’이라는 드문 기록이 세워졌다.

29일 BBC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치러진 지방선거 개표 결과 인구 3000명 남짓의 남부 데베셀루에서 이온 알리만 시장이 64%의 득표율로 3선 당선됐다. 해군장교 출신으로 사회민주당 소속인 그는 지난 17일 수도 부쿠레슈티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57세라는 젊은 나이에 숨을 거뒀다. 선거 열흘 전 유명을 달리한 터라 선거당국은 투표용지에서 그의 이름을 지울 여력이 없었고, 데베셀루시 주민 대다수는 추모의 뜻에서 한 표를 행사해 사후 당선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날 선거가 끝난 뒤 주민들이 그의 묘소를 줄지어 찾아 촛불을 켜고 추모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로 공유되기도 했다. 한 주민은 “이것은 당신의 승리”라며 “그는 우리를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현지 TV 인터뷰에서 “알리만 시장은 주민의 편에서 모든 법을 존중했다. 그와 같은 시장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추도했다. 선거 이튿날인 28일은 그의 58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선거당국은 재선거를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알리만 시장의 당선에도 불구하고 그가 속한 사민당은 주요 도시 및 카운티 의회에서 중도 소수당인 자유당과 중도 우파 연합인 USR-플러스에 패배했다.

루마니아에서는 ‘사후 당선’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동부 지역 보이네스티에서 사민당 소속 네쿨라이 이바스쿠란 시장이 투표 시작 직후 간 질환으로 사망했지만 재선되기도 했다. 당시엔 2등이었던 자유당 후보가 당선자 신분을 이어받았다.

루마니아는 이날 기준 코로나19 감염자가 12만 3944명, 사망자는 4748명으로 동부 유럽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20-09-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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