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디 참변’ 6년 뒤 리비아 해변 모래에 묻힌 어린이와 여인 주검

‘쿠르디 참변’ 6년 뒤 리비아 해변 모래에 묻힌 어린이와 여인 주검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5-26 10:49
업데이트 2021-05-2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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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어민을 태운 배가 지중해를 건너려던 난민들이 탔다가 변을 당한 뒤 표류하는 보트를 지나치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리비아 어민을 태운 배가 지중해를 건너려던 난민들이 탔다가 변을 당한 뒤 표류하는 보트를 지나치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이번에는 아프리카 북부 리비아 해변에 어린이와 여인의 주검이 떠밀려왔다.

스페인 자선단체 프로악티바 오픈 암스는 이들이 지중해를 헤엄쳐 유럽으로 건너가려다 안타까운 죽음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25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너무 참혹해서인지 홈페이지에 사진을 게재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가족과 함께 시리아를 떠나 유럽으로 향하던 세살배기 아일란 쿠르디가 터키 해변에 익사체로 떠밀려왔을 때와 비슷한 모습이다.

이번에 발견된 몸집이 작은 아이는 모래에 반쯤 몸이 묻힌 채로 발견됐다. 그의 옷은 땡땡이 무늬가 들어간 원피스 잠옷이었다. 녹색 바지를 입은 여인은 몸이 퉁퉁 부은 채로 두 팔을 독수리처럼 벌린 채 모래에 머리를 묻고 있었다. 웃옷이 머리를 덮고 있었다.

이 단체의 창립자인 오스카르 캄프스는 트위터에 사진들을 올리고 “어린 아이들과 여성들은 살고 싶은 꿈과 열망 때문에 이렇게 됐다”면서 사흘 동안 주검들이 이런 상태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에 사진들을 옮긴 프리랜서 기자인 낸시 포르시아는 지난 22일 처음 주검들을 발견한 뒤 당국에 신고해 그날 곧바로 아부 카마시 묘지에 안장했다고 전했다.

리비아에서 유럽으로 건너가는 바닷길은 가장 위험한 난민 유입 경로로 지목돼 왔다. 올해 들어 벌써 적어도 743명의 이민 희망자들이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는 올해만 지중해 중부에서 630명이 사망했는데 지난해 모든 바다에서 숨진 289명의 곱절이 넘는다고 전했다.

라우라 라누사 오픈 암스 홍보국장은 “우리는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이 리비아를 떠나려고 했으면 돌아오지 않아야 했고 지중해를 표류해서도 안 됐다. 바다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색과 구조 작전이 있어야 한다”면서 “지중해는 세상에서 가장 큰 무덤이다. 이런 식으로 놔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아기들과 어린이들이 리비아 해변에 밀려온 사진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럽은 지중해를 통한 난민 유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이탈리아에만 이 경로를 이용해 1만 3000명이 유입됐다. 여름이 다가와 날이 더워지면 더 많은 이들이 헤엄을 쳐서라도 유럽으로 건너오려는 모험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난주에도 모로코를 떠난 8000여명이 지중해 서단 스페인령 세우타 섬에 당도해 당국은 이들 중 수천명을 곧바로 돌려보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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