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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엄·신뢰·외교… 여왕의 패션 정치

위엄·신뢰·외교… 여왕의 패션 정치

류지영 기자
류지영, 김소라 기자
입력 2022-09-12 19:58
업데이트 2022-09-13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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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으로 본 엘리자베스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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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아홉 살이던 1935년 11월 6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글로스터 공작의 결혼식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스물다섯 살이던 1953년 6월 같은 곳에서 여왕에 오른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의 최장수 재위 군주 기록을 세웠다. AP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아홉 살이던 1935년 11월 6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글로스터 공작의 결혼식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스물다섯 살이던 1953년 6월 같은 곳에서 여왕에 오른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의 최장수 재위 군주 기록을 세웠다.
AP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로 그의 패션이 재조명되고 있다. 영국은 20세기 세계 정치와 경제, 문화 등을 이끌며 ‘패션 정치’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다. 70년간 재위한 엘리자베스 여왕도 영국의 군주이자 영연방의 수장으로서 권위에 걸맞은 스타일과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패션에 많은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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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장갑·가방 ‘여왕 복장’ 중시

11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 패션의 출발점은 아버지이자 영화 ‘킹스 스피치’의 실제 주인공 조지 6세 국왕이었다. 그는 자신의 형인 에드워드 8세가 미국 여성 월리스 심프슨과 결혼하겠다고 왕실을 떠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왕이 됐다. 왕실의 권위가 크게 흔들리자 조지 6세는 아내와 딸들에게 늘 격식 있는 의상을 입도록 해 신뢰 회복에 나섰다. 1952년 조지 6세의 서거로 25살에 왕위를 계승한 엘리자베스 2세도 이 기조를 지키려고 애썼다. 다이애나비의 비극적인 죽음 등 왕실이 구설에 휘말릴 때마다 ‘여왕 복장’을 통해 왕실의 위엄을 수호했다.

여왕은 외출 시 모자와 장갑을 착용하는 등 예법을 매우 중시했다. 중간 굽의 신발과 고풍스러운 스타일의 핸드백도 빼놓지 않았다. 여왕이 가장 좋아한 영국 디자이너로 알려진 스튜어트 파빈은 언론 인터뷰에서 “어디서 누굴 만나는지에 따라 여왕의 의상과 소품이 완벽히 분류돼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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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100주년 기념 예배에 검은색 지팡이를 짚고 나타난 여왕의 모습. AP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100주년 기념 예배에 검은색 지팡이를 짚고 나타난 여왕의 모습.
AP 연합뉴스
●키 163㎝ 독특한 색으로 주목 끌어

특히 여왕은 국민들에게 안정과 신뢰를 주고자 패션을 잘 활용했다. 치마 정장 대부분이 노란색과 주홍색, 자주색, 연두색 등 독특한 색깔이 주를 이룬 것이 대표적이다. 163㎝의 키로 영국 기준으로 그리 크지 않은 여왕으로서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장소에서 눈에 잘 띌 필요가 있었다. 여왕의 셋째 아들 에드워드 왕자의 아내 소피 웨섹스 백작부인은 2016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여왕은 군중이 두리번거리지 않고 한 번에 자신을 알아볼 수 있도록 옷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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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4월 여왕이 안동 하회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당시 그곳에서 73세 생일상을 받았다.  안동 사진공동취재단
1999년 4월 여왕이 안동 하회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당시 그곳에서 73세 생일상을 받았다.
안동 사진공동취재단
●해외순방 국가 풍습·문화까지 고려

여왕의 패션은 외교의 한 형태이기도 했다. 해외 순방을 갈 때는 방문하는 국가의 풍습과 문화까지 의상에 녹여 내려고 노력했다. 30년간 여왕의 복장 고문으로 일한 앤절라 켈리는 “모자 하나를 디자인하기 위해 해당국의 일기 예보와 지역 관습까지 조사했다”며 “(영국의 국익을 위해) 여왕의 패션은 전략적이고 현명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CNN은 “엘리자베스 2세가 남긴 많은 유산 가운데 하나는 ‘어떻게 옷이 국가를 결집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 줬다는 것”이라며 “70년간 통치한 여왕은 패션과 이미지 메이킹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서울 김소라 기자
2022-09-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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