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역설한 일왕, 패전일 메시지 주목…아베와 대비 가능성

평화 역설한 일왕, 패전일 메시지 주목…아베와 대비 가능성

입력 2015-08-13 10:42
업데이트 2015-08-1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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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이례적으로 만주사변 언급해 일본의 ‘전쟁책임’ 시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주목받는 또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

패전일(8월 15일)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예정된 아키히토(明仁·82) 일왕의 발언이 관심 대상이다.

’오코토바’(お言葉, 말씀)라고 불리는 일왕의 발언은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 담화에 비하면 극히 짧지만, 일본에서 강력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중일 전쟁 중에 유년기를 보낸 아키히토 일왕은 평화를 기원한다는 뜻을 누차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위헌 논란 속에서 집단자위권 행사 구상을 반영해 안보법률 제·개정을 추진하면서 이와 대비되는 일왕의 그간 메시지는 더 주목받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작년 8월 15일에는 “여기서 역사를 돌아보고 전쟁의 참화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란다”며 “세계의 평화와 우리나라의 더한 발전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같은 행사에서 아베 총리는 1994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이후 역대 총리가 언급해 온 ‘아시아국들에 대한 가해와 반성’과 ‘부전(不戰) 맹세’를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전몰자 여러분의 귀한 희생 위에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이 있다”며 전장에서 생을 마감한 이들의 공을 부각했다.

작년 새해 메시지도 극명하게 비교됐다.

아베 총리는 “강한 일본을 되찾기 위한 싸움이 이제 막 시작됐다”며 패전국의 굴레를 벗고 보통국가를 만들고자 하는 의욕을 내비친 반면에 아키히토 일왕은 “한해의 시작을 맞이해 우리나라와 세계 사람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고 소망을 피력했다.

전후 70년을 맞아 일왕은 좀 더 선명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올해 신년사에서 “이번 기회에 만주사변으로 시작한 전쟁의 역사를 충분히 배우고 앞으로 일본의 존재 방식을 생각하는 것이 지금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전쟁이 만주사변으로 시작됐다고 한 것은 일본의 전쟁 책임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일본의 ‘존재 방식’은 아베 총리의 개헌 구상을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됐다.

아키히토 일왕은 2013년 12월 23일 팔순 생일을 기념한 회견에서 “일본은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소중한 것(가치)으로 삼아 일본국 헌법을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왕이 현실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게 돼 있으나 전후 70년이라는 역사적 시기에 안보 정책 변환 등이 맞물리면서 의도와 상관없이 그의 발언이 아베 총리를 사실상 견제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가 14일 전후 70년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 등 일본의 가해 행위를 직시하지 않거나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하면 아키히토 일왕이 다음날 더 선명한 메시지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반면 일본 헌법 제4조가 일왕이 헌법이 정하는 국사에 관한 것 외에 국정에 관한 권능을 지니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전몰자추도식 발언이 정치적 ‘한계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런 한계에도 최근 아키히토 일왕의 메시지가 아베 총리 발언과 대비되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일본 정부 관계자도 어떤 내용이 발표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왕실 업무를 관장하는 궁내청의 한 관계자는 아키히토 일왕의 올해 메시지에 관한 질의에 사전에 공개할 수 없으며 내용이 결정되는 과정도 설명할 수 없다고 13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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