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 ‘남자 따위가 왜 필요해?’

[연극리뷰] ‘남자 따위가 왜 필요해?’

입력 2011-02-07 00:00
업데이트 2011-02-0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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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男, 완소男된 비결은 ‘여성존중’

한 남자를 짝사랑하다 지친 여자, 죽도록 사랑한 남자에게 차인 여자, 남자라면 관심은커녕 거들떠보지도 않는 여자. 이런 그녀들, ‘남자 따위가 왜 필요해?’라는 제목에 혹시 위로받을까 기대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연극 ‘남자 따위가 왜 필요해?’는 남자따위가 왜 필요한지 속 시원히 설명해 주지 않는다.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길 바라는 부모에게 실망을 안길 수 없어 시작했던 딸의 선의의 거짓말. 극은 여기서부터 이중삼중 꼬이는 해프닝으로 시작한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으며 종료 직전까지 극은 쉴 새 없이 빠른 템포로 전개된다. 하지만 극중 인물들이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대사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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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낳은 거짓말 때문에 일어나는 기막힌 상황이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연극 ‘남자 따위가 왜 필요해?’의 한 장면.
거짓말이 낳은 거짓말 때문에 일어나는 기막힌 상황이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연극 ‘남자 따위가 왜 필요해?’의 한 장면.


극단 현대극장의 ‘남자따위’는 미국의 인기작가이자 감독인 리치 슈바트의 원작을 토대로 우리나라에서 세계 초연되는 작품이다. 사소한 거짓말과 우연한 상황이 맞물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해프닝을 다뤘다는 점에서 40여개국에서 상연 중인 인기 연극 ‘라이어’의 구조와 흡사하다.

‘웨스트앤드 애비뉴 9572번지’라는 같은 주소를 쓰는 세 명의 주인공 찰리, 테리, 마르조리를 중심으로 극은 이어진다. ‘대표 찌질남’ 찰리가 어느 날 이웃집 테리의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가짜 남친이 되어 주기로 한다. 그러나 찰리가 연기해야 하는 테리의 남친 ‘조’에 대해 사람들이 각자 다른 모습을 기대하면서 상황은 꼬이게 된다. 조의 연기를 하고 있는 다정다감한 찰리에게 테리의 엄마는 남편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자신의 이상형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테리의 아빠는 자신처럼 마초 스타일의 친구를, 마르조리의 라이벌인 레즈비언 로라는 자신과 같은 동성애자 모습을 갈구한다.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찰리와 주인공들은 연기를 하고, 결국 진짜 자기 모습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된다. 결국 관계다. 작품은 남자 따위가 왜 필요한지보다는 남녀 관계에 있어 궁극적인 지향점에 대해 묻는다. 권위적인 남녀 관계가 아닌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서의 존중, 그리고 평등함이 모든 해프닝을 해결하는 열쇠로 등장한다. 대표 찌질남이었던 찰리가 잘생긴 조를 제치고 하루 사이 극중 여성 인물들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게 된 데는 여자를 존중하는 마음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오는 1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3만~4만원. (02)762-6194.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11-02-0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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