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들의 힘 ‘군도’ VS 한 명의 영웅 ‘명량’

민초들의 힘 ‘군도’ VS 한 명의 영웅 ‘명량’

입력 2014-07-22 00:00
업데이트 2014-07-2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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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활극과 대규모 전투 드라마’200억’ 사극 대첩 승자는?

민초들의 반란을 담은 ‘군도: 민란의 시대’와 영웅 이순신의 활약을 그린 ‘명량’이 극장가 최대 성수기 여름 시장을 놓고 피 말리는 승부를 겨룬다.

각각 200억 원에 이르는 엄청난 실탄이 투입된 거대 사극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두 영화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각각 일주일 간격을 놓고 개봉하는 두 영화의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 ‘민중’의 힘이냐 ‘영웅’의 힘이냐

역사를 바꾸는 건 백성의 힘일까, 한 명의 영웅일까.

오는 23일 개봉하는 ‘군도’는 학정과 부패가 판치는 정부와 귀족에 항거하는 민중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의 중심추는 의적 패거리 ‘추월’이다. 반상의 차별에 진급이 좌절됐던 서얼들과 고리대금과 노동력 착취 탓에 산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농민, 양반이 시킨 일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족 모두가 몰살당한 백정 등의 사연이 펼쳐진다.

영화는 낮은 계급의 사람들이 힘을 모아 가렴주구(苛斂誅求) 하는 양반들을 몰아낸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의적 패거리의 선봉장 도치(하정우)가 어느 정도 극을 이끌지만 완벽한 원톱 주연은 아니다.

윤종빈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위대한 영웅 한 명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지 않는다. 여러 사람의 공통된 뜻이 세상을 진보시킨다”고 말했다.

반면, 오는 30일 개봉하는 ‘명량’은 조선 최고의 영웅 이순신 장군을 내세운 영화다. 임진왜란 당시 상당수 양반이 선조를 쫓아 북으로 향했지만, 많은 백성이 각종 의병활동에 참여하며 맹활약했다.

그러나 영화는 이 같은 민초보다는 고뇌하는 영웅 이순신에 초점을 맞췄다. 작전을 수행하는 백성의 모습이 간혹 비치지만, 영화는 어디까지나 천재적인 이순신의 지략과 강인한 의지를 중점적으로 부각했다.

김한민 감독은 연출의 변에서 “두려움에 맞섰던 충무공 이순신의 기적 같은 승리가 오늘날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 감동과 울림을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 B급 활극의 힘 VS 화려한 전투신의 드라마

’군도’는 액션 활극이다. 시원하게 말을 타고 평원을 달리는 장면부터 속도감 넘치는 칼싸움까지 웨스턴과 홍콩 쇼브라더스사의 무협물이 혼재하는 퓨전 사극이다.

’킬빌’이나 ‘장고’ 같은 쿠엔틴 타란티노식의 영화, ‘동방불패’나 서극의 ‘칼’ 등에서 볼 수 있는 무협 액션이 이어진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환영할만하다.

여기에 우리네 판소리처럼 상황을 설명해주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해설도 웃음을 전한다. 영화는 170억 원 가까운 거액의 제작비가 들었지만,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는 다소 B급 적이다.

반면 ‘명량’은 61분에 이르는 ‘명량해전’이 영화의 핵심이다. 포탄과 조총이 오가는 해전, 칼과 창, 심지어 낫까지 사용되는 육박전, 배와 배를 부딪쳐 상대 배를 파괴하는 ‘충파’(沖破)까지, 해전의 모든 전술과 기예가 총동원된다.

장르영화에 가까운 ‘군도’처럼 무협적인 요소는 전혀 없다. 장수들끼리의 칼싸움조차 다소 투박하다. 개인과 개인의 대결보다는 전략을 바탕으로 한 집단과 집단의 대결이 관전포인트다.

◇ 30대 ‘젊은 피’와 ‘노장’ 아닌 노장의 대결

’군도’는 ‘대세남’ 하정우와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강동원을 앞세웠다. 올해 개봉하는 영화 가운데 캐스팅만을 따졌을 때는 최강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해 ‘베를린’(716만 명)과 ‘더 테러라이브’(558만 명)로 1천30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하정우의 정점에 오른 연기와 여성팬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은 대표적 꽃미남 강동원의 복귀는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여기에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로 주목받은 30대 윤종빈 감독의 연출도 기대감을 부풀린다.

반면 ‘명량’은 50대에 접어든 최민식의 물오른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간 오열하는 연기에서 독보적인 경지를 보여줬던 그는 감정을 표출하기보다는 삭이는 절제미를 통해 한 단계 진화한 모습을 보인다.

지난해 ‘7번방의 선물’로 1천만 배우 반열에 오른 류승룡의 ‘독한’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상대를 질식시킬듯한 무표정한 연기로 흥미를 자극한다. 적장 도도를 연기한 김명곤의 연기도 담백하고 절도 있다.

특히 조진웅은 ‘군도’에서는 의적 패거리 중 주요 인물인 태기 역으로, ‘명량’에서는 이순신에 콤플렉스를 느끼는 적장 와키자카로 분해 대세 조연임을 입증했다.

◇ 한일관계 경색’명량’이 유리할까

급속도로 냉각기류를 타는 한일 관계의 경색 국면 속에서 ‘명량’이 어느 정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지도 관심거리다.

민족의 성웅 이순신의 일방적인 승리와 일본 적장의 뼈아픈 패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조선 백성을 연습삼아 죽이는 일본의 잔혹한 만행은 최근 중국 정부가 잇달아 발표한 일본의 전시 악행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도 있다.

그러나 외교 문제가 영화 흥행에 영향을 미친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애국심 마케팅이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

’명량’을 홍보하는 퍼스트룩의 강효미 실장은 “애국심 마케팅을 펼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영화를 즐기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며 “그동안 대규모 해전을 조명한 영화가 없었는데 그런 해전의 스펙터클과 이순신이라는 콘텐츠에 집중해서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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