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뒷모습엔… 정종기 ‘토크앤패밀리’ 개인전

그녀의 뒷모습엔… 정종기 ‘토크앤패밀리’ 개인전

입력 2014-10-28 00:00
업데이트 2014-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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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뒷모습은 무한한 궁금증을 불러온다. 추어올린 머리 밑의 가녀린 목덜미와 살짝 드러난 뽀얀 피부가 여성성을 극대화하는 동안, 이를 바라보는 남성의 머릿속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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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2014)
‘토크’(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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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기 홍익대 미대 겸임교수
정종기 홍익대 미대 겸임교수
그런데 작가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여성의 뒷모습은 실존의 상실을 말합니다. 실존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는 사람과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허망한 흔적의 세계를 바라보는 걸 표현하고 있죠.”

정종기(53) 홍익대 미대 겸임교수는 잃어버린 우리 시대의 인간상과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부재의 세계를 조우시키는 작가다. 10여년 전 소녀와 여성의 뒷모습을 처음 그렸을 때 화단의 평가는 엇갈렸다. “그저 그런 초상화의 아류”란 평가부터 “고전주의 방식에서 출발해 극사실주의(하이퍼리얼리즘)에 신세대 감성을 반영했다”는 찬사가 엇갈렸다.

그간 작가는 여성의 뒷모습 가운데 머리 모양에 초점을 맞춰 왔다. 섬세한 여성성의 극대화를 통한 반전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 회화적 서술들은 한결같이 얌전히 머리를 빗었거나 머리카락 아래를 묶고 또 늘어뜨린 머리채를 묘사해 왔다. 어깨에 가방을 걸친 앳된 소녀들의 뒷모습의 배경에는 희뿌연 모습의 군중이 자리하기도 했다.

요즘은 아이와 엄마, 나아가 강아지까지 종종 화폭에 출몰한다. 어깨와 허리에 가방을 걸친 어머니와 딸이 걷는 뒷모습을 강아지 한 마리가 물끄러미 바라보는 식이다. 또 아이를 안고 있거나 유모차를 향해 몸을 기울이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통해 애틋한 모성애를 자극한다. 욕망, 좌절, 소통의 단절 등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제 그림은 일종의 풍속화라고 할 수 있어요. 현대인의 뒷모습을 통해 익명성을 드러냅니다. 요즘은 가족을 등장시켜 대화가 안 되는 소통의 문제를 꼬집고 있죠.”

작가는 2004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수상을 계기로 나름의 예술 세계에 박차를 가해 왔다. “그림은 결국 단절과 소외로 마비된 사회에서 벗어나는 길은 새로운 창조력을 체험하려는 적극적 실험 의지에 달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반어법이 오히려 힘을 돋워 주는 환기장치의 기능을 하는 셈이죠.”

작가는 다음달 14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표갤러리에서 개인전 ‘토크앤패밀리’(Talk&Family)전을 이어간다. 이번 전시에선 사회의 대화 단절을 신랄하게 꼬집으며 가족 공동체조차 황량한 세상 속에 방치돼 있음을 지적한다. “우리 모두 시대의 희생자들이란 걸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4-10-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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