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라는 새로운 국가모델론】판웨이 지음 에버리치홀딩스 펴냄
11%가 넘은 중국의 상반기 경제성장률 앞에서 세계가 적잖이 놀라는 모습이다. 어디 경제뿐인가. 미국과 더불어 양강(G2)으로 일컬어지며 전 지구적 질서의 근간에 상당 부분 개입하고 있다.최근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뤄낸 중국의 자부심은 이제 새로운 국가모델로서 스스로를 정립하게 했다. 사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맞아 만리장성을 따라 설치한 1만 3112m 길이의 창작물 ‘올림픽의 용’.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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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명제를 다른 나라, 다른 상황과 비교하면 편견에 지나지 않음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지구상에는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저개발 국가에 머물고 있는 나라들이 즐비하다. 미국과 양강을 다투던 사회주의 수출 국가 러시아 역시 페레스트로이카니, 글라스노스트니 하며 20여년 전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했지만 지금의 중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중국이라는 새로운 국가모델론’(판웨이 지음, 김갑수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펴냄)은 이러한 인식과 의문, 현실의 부조화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토록 고속 성장을 이뤄낸 중국의 배경에는 해방 이후 60년 동안-덩샤오핑 이후 개혁개방 30년 만이 아닌-의 지속적인 발전과 그에 앞서 수천년 동안 경세제민(經世濟民)을 기본으로 해왔던 중국의 역사와 철학적 전통이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당대 중국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진단하고, 한·중 관계를 새롭게 조망하겠다는 에버리치중국총서 시리즈의 첫 번째다. 베이징대 국제정치학과 교수인 저자 판웨이(潘維)는 서로 다른 역사와 환경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서양의 체제를 수용해 사회정치적 변혁을 이뤄야 한다는 서구모델 전면 도입 주장도 조목조목 비판한다. 대신 국가모델의 하나로서 중국을 꼼꼼히 분석한다. 다소 거친 비유지만 “왜 자금성을 허물고 백악관을 짓자고 하는 것이냐.”며 서구 모델에 치우친 학자들을 몰아세운다.
그는 “중국이 지난 60년 동안 근현대사에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기적을 창조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른 나라에 의존하거나 침략하지 않고 이룩한 것은 더욱 특기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그는 “당정 간부의 집권 이념 다원화, 관료 사회 기강 문란 등을 지적하는 중국 내의 비관적 정서가 존재하고, 여전히 서양의 모델만을 따라가려는 일부 학자들의 오류 등이 있는 만큼 이 모두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판웨이는 토지 국유를 근간으로 ‘국(國)’과 ‘민(民)’이 서로 보완하고 지탱하는 국민경제(國民經濟), 국민경제를 지탱하고 있으며 이익집단의 활동과는 궤를 달리하는 민본정치(民本政治), 가정이라는 기본단위로 건설된 지역공동체 사회그물망인 사직(社稷) 체제, 이 세 가지가 삼위일체로 중국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책에서 ‘21세기형 중화주의’ 기운을 강하게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판웨이가 중국 모델을 적극 옹호하면서도 결함을 인정하듯 이를 부정하는 학자들의 목소리도 중국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책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중국 모델 그대로 따라하기가 당연히 아니다. 배워야 할 것은 부쩍 급부상한 중국을 좀 더 면밀히 알고 분석해야 한다는 필요성 자체다.
판웨이는 지난 5일부터 경희대 여름 프로그램에서 중국의 사회, 정치와 관련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30일까지다. 1만 8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0-07-17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