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키모 족장이 된 체코인의 북극일기

에스키모 족장이 된 체코인의 북극일기

입력 2010-08-21 00:00
업데이트 2010-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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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땅, 북극에서 산 30년】얀 벨츨 지음 천지인 펴냄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한 아문센은 알아도, 에스키모 족장이 되어 30년간 북극에서 산 얀 벨츨은 낯설다. ‘황금의 땅, 북극에서 산 30년’(얀 벨츨 지음, 이수영 옮김, 천지인 펴냄)은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체코인 얀 벨츨(1868~1948)의 삶의 기록이다.

체코 모라비아에서 태어난 벨츨은 좌물쇠공 견습생이었던 1884년부터 걸어서 유럽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시베리아 횡단철도 교량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북극에 뿌리내릴 결심을 한다. 북극에서 자물쇠공이자 상인, 집배원이자 광산업자로 활약하던 그는 에스키모의 족장으로 뽑힌다.

벨츨의 이야기는 시간 차이를 참작하더라도 놀랍다. 특히 에스키모 여성들의 삶은 비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섯 살이면 성숙하는 에스키모 소녀들은 사실상 이때부터 아버지, 오빠 등 집안의 모든 남자들과 잔다. 소녀는 여섯 살에서 여덟 살 사이에 첫 아기를 낳는다.

개화되지 못한 에스키모 여인들은 스물두 살에서 서른여덟 살 사이에 사망한다. 에스키모들이 사는 동굴은 고래기름을 연료로 쓰는데 이 기름에서 심한 악취와 검댕이 난다. 평생 굴에서 탁한 공기를 마시며 사는 여인은 열세 살이나 열네 살에 눈이 머는 일이 흔하다. 아픔을 견디다 못한 여인이 식구에게 호소하면 남자들은 여자를 혹한의 땅에 눕히고 칼로 배를 갈라 한순간에 고통을 끝내버린다.

벨츨의 이야기 속에는 뜻밖에 조선 여인도 등장한다. 그가 입양한 에스키모 아이를 돌보았던 조선 여인은 무릎 아래까지 내려온 벨츨의 머리를 깔끔하게 빗어 흰 비단 띠로 묶어주었다. 조선 여인은 정어리를 잡으러 온 원양어선을 타고 와서 북극에 남았을 것이라고 벨츨은 추측했다.

1930년 체코에서 출판되어 6개 언어권에서 번역된 벨츨의 이야기는 100년 전의 것이지만 오늘날의 독자까지 몰입시키는 힘이 있다. 개썰매를 타고 바다얼음 위를 달리던 북극의 생활상이 눈으로 보는 듯 생생하게 그려진다. 1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0-08-2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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