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 속으로

윤동주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 속으로

입력 2011-10-15 00:00
업데이트 2011-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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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구효서 지음 자음과 모음 펴냄

서정성과 탄탄한 주제 의식, 그리고 재미를 겸비한 작품으로 호평을 받는 소설가 구효서씨가 신작 장편 ‘동주’(자음과 모음 펴냄)로 독자들과 다시 만나고 있다. ‘동주’는 작가의 기존 작품들과는 또 다른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일상의 소소함과 눈물겨운 삶의 풍경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미스터리 요소를 가미하고 있어 눈길을 잡아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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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
윤동주 시인


제목이 왜 ‘동주’일까. ‘동주’는 ‘윤동주’를 의미한다. 이 작품은 윤동주의 죽음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민족저항 시인 윤동주가 아닌 진정한 ‘시인 윤동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윤동주는 전면에도, 화자로도 등장하지 않는다. 윤동주는 서술자와 그가 남긴 글 속에 단지 후경(後景)으로만 등장할 뿐이다.

작가는 시인 윤동주에게 반했기 때문에 ‘동주’라는 제목의 소설을 썼다고 말한다. 작가가 반한 것은 윤동주의 시도 아니고 항일정신도 아닌 윤동주의 얼굴, 눈빛, 미소 등 사진에 박힌 그의 모습이라고 한다. 작가는 “민족저항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윤동주는 우리 앞에 새겨졌다. ‘시인’ 앞에 붙은 ‘민족’과 ‘저항’이라는 관형사의 연속이 명예롭고 비장하고 애절하여 무겁다. 그 무거움이 소설을 쓰게 했는지 모른다.(중략) 투구와도 같은 저 관형사를 조심스레 벗기고 내가 반했던 모습 그대로의 윤동주를 시인의 묘역에 이장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유고(遺稿) 추적과 한 소녀의 기록을 통해 새롭게 밝혀지는 윤동주의 삶과 문학,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나서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를 이룬다. 윤동주와 함께 기숙하며 그가 연행되는 모습까지 지켜보면서 윤동주에 대한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당시 15세 소녀 요코, 그리고 윤동주의 유고 미스터리 등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 두 가지 이야기가 재일교포 3세인 ‘나’ 김경식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윤동주를 기억하고 있던 기록을 점점 알아 가면서 윤동주의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나’가 윤동주의 유고 원본을 찾아다니며 알게 된 사실, 그리고 언어의 소멸 위기에 대한 내용 등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윤동주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파헤쳐 나가며 윤동주가 썼던 언어를 통해 민족저항 시인이 아닌 시인 윤동주를 다시 살려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소설에서도 ‘윤동주는 왜 죽었을까’가 궁금하다. 1만 3500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2011-10-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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