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책세상] 약한 수컷, 강한 수컷의 암컷 어떻게 빼앗나

[지구촌 책세상] 약한 수컷, 강한 수컷의 암컷 어떻게 빼앗나

입력 2014-10-04 00:00
업데이트 2014-10-04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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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생태학 전문가 쓴 ‘약자의 전략’

상사에게 흠씬 깨지고 돌아와 가슴 속의 사표를 만지작거리는 당신. 속으로 이런 말을 중얼거리고 있을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다.” 당신 말이 맞다. 인간 사회뿐 아니라 온 자연계가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 책, ‘약자의 전략’에 따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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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생태학 전문가인 이나가키 히데히로 시즈오카대학 대학원 농학연구과 교수가 쓴 이 책은 ‘약육강식’의 자연계에서 강한 생물뿐 아니라 약한 생물도 훌륭하게 살아가고 심지어 자손까지 남기고 있다는 점을 각종 동식물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약자가 끈질기게 살아남을 수 있는 데는 그 나름의 ‘전략’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정어리는 항상 무리지어 헤엄친다. 이렇게 작은 물고기가 한꺼번에 움직이면 천적인 큰 물고기는 목표를 정하기가 어렵다. 일제히 움직이면 커다란 한 마리의 물고기로 보이기 때문이다. 같은 종 안에서도 약자들은 어떻게든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강한 수컷에 도저히 승산이 없는 약한 수컷은, 스스로 경쟁을 피하고 활동 시간을 옮겨 다른 수컷이 잠들어 있는 시간대에 살금살금 움직인다. 조금 더 치사한 방법으로는, 무기가 있는 것처럼 허세를 부려 다른 수컷의 공격을 따돌리거나 강한 수컷에 이끌려 다가온 암컷을 빼앗아 대신 차지하는 것들도 있다. 이런 눈물겨운 전략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약하다고 얕보면 안 된다. 얼룩말과 사자의 관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얼룩말은 늘 사자에게 잡아먹힌다. 그러나 멸종이 우려되는 쪽은 얼룩말이 아닌 사자다. 왜냐하면 먹이사슬상 잡아먹히는 쪽은 언제나 숫자가 많다. 먹잇감이 되는 얼룩말의 숫자가 적어진다면 사자는 생존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강해 보이는 사자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동물은 사자, 시베리아호랑이 등 맹수류가 많다. 이렇게 약함은, 때로 강함이 된다.

저자는 말한다. “냉혹한 경쟁이 계속되는 자연계에서 패자는 멸종되어 갈 뿐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 있는 쥐며느리나 민달팽이같이 하찮아 보이는 것들도, 자연계에 살아남아 있다는 점에서 모두 ‘성공자’다. 그들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생존 전략을 발전시키고 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2014-10-0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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