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도 함부로 못 쓴 조선의 서양 인식

안경도 함부로 못 쓴 조선의 서양 인식

홍지민 기자
홍지민 기자
입력 2015-12-18 21:30
업데이트 2015-12-18 22:2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강명관 지음/휴머니스트/348쪽/1만 8000원

이미지 확대
원래 한반도는 국제적으로 열린 공간이었다. 저 멀리 돈황 석굴에 신라, 고구려, 백제인의 모습이 그려지고 혜초 등 신라의 학승들이 실크로드를 따라 인도까지 갔다. 조선 초 제작된 지도에는 중국은 물론 인도, 아라비아, 러시아, 아프리카, 유럽까지 담겨 있을 정도다. 그런데 임진왜란, 병자호란부터 1876년 개항 때까지 2세기 반 동안 한반도의 국제감각은 바닥을 쳤다. 세계가 요동치던 이 시기에 문을 굳게 걸어 닫고 중국과 일본을 통해 제한적으로 세계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안경, 망원경, 유리거울, 자명종, 양금(洋琴) 등 한반도에 들어온 다섯 가지 서양 물건을 통해 조선 후기 사회가 서양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살펴본다. 서구인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때로는 역사를 바꾼, 말하자면 서양의 근대 기술 문명이 함축된 물건들이었지만 처음부터 환대받은 것은 아니었다.

안경은 임금이나 어른 앞에서는 쓰지 못하는 물건이었다. 영조는 렌즈에 검은 칠을 해 태양을 볼 수 있게 한 망원경을 불경한 물건이라며 박살 내기도 했다. 어떤 물건은 그 편리함으로 신분에 상관없이 확산됐지만 어떤 물건은 호기심 많은 식자층의 사치품으로 전락하는 등 운명도 제각각이었다. 저자는 “기술이나 기술학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내면의 탐구, 인격의 수양을 해친다는 유교적 관념이 조선의 발달을 저해했다”면서도 “완전히 이질적인 사회적·문화적 맥락의 서양 물건들을 선택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15-12-19 19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