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엿보기] 시청률 높은 ‘막드’의 고민은?

[TV엿보기] 시청률 높은 ‘막드’의 고민은?

입력 2010-06-06 00:00
업데이트 2010-06-0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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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라는 말들을 하는데, 제발 그 ‘막장’이라는 말은 피해 주세요”라고 항의하는 사람들이 있다. 금광이나 탄광 등 지하 광산에서 일하는 광원들이 그들이다. 그들의 말을 들어 보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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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이란 우리들에게 생명이다. 매번 우리가 만나야하는 운명인 것이다. 그 막장을 뚫고 광물이나 석탄을 파내고, 또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래야 우리는 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드라마에다 ‘막장’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항변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비평받고 있는 드라마를 ‘막장’이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막가는 드라마’라든지, 또는 ‘낭떠러지 드라마’라고 부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요즘의 트렌드는 줄임 말을 많이 쓰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드라마를 ‘미드’라고 하고 미스 코리아를 ‘미코’라고 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도 편의상 ‘막가는 드라마’를 ‘막드’라고 칭하고자 한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두 편의 TV 드라마를 중심으로 ‘막드’의 문제점을 꼬집어보려 한다.

하나는 KBS 2TV의 <수삼(수상한 삼형제)>이고 또 하나는 SBS TV의 <이웬(이웃집 웬수)>이다. 물론 이 두 드라마를 시청자들은 좋아한다. 무척 좋아한다. 그러니까 수삼은 막드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꿋꿋이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지 않은가? 얼핏 보면 가족 드라마, 명랑 드라마 같은 느낌을 주는데 어째서 ‘막드’라고 평을 하는 것일까? 우선 그 스토리 구성이 주는 이미지이다.

평생 경찰직을 가지고 사는 가장이 있고, 사사건건 불평 많고, 며느리들을 심하게 구박하는 시어머니, 그리고 딸이 없는 집안에 아들만 삼형제가 있다. 가장인 아버지의 이름은 김순경, 큰아들은 어려서부터 몸이 약해서 김건강, “뭐니뭐니해도 머니(money)가 최고다”라고 부르짖는 둘째아들의 이름은 김현찰, 곱게만 자랐고 아버지를 존경해서 경찰관이 된 셋째의 이름은 김이상이다.

아들 삼형제는 한결같이 말썽을 일으킨다. 큰아들은 이혼하고 한 여인을 만나 다시 결혼하는데 엄청난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여인은 이름 그대로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다니고, 둘째아들은 찜질방을 운영하다가 딴 여자에게 한눈을 팔다가 사업장을 몽땅 빼앗긴다. 셋째아들은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까다로운 연상의 여인을 만나 결혼을 했으나 가정불화로 별거를 한다. 드라마의 시놉시스만 보면 그냥 평범한 홈드라마 같다. 그러나 복잡하게 얽히게 되면서 갈등이 생기고 정제되지 못한 대사가 나오게 된다.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미스터 김’이라고 부르며 어깨를 툭툭 치고 시어머니에게 밥 안 차려 준다고 협박을 하기도 한다.

정신없이 얽힌 스토리 전개에 관한 한 <이웬>은 좀 더 복잡하게 가고 있다. 제목이 말해 주듯이 이미 이혼을 한 전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 전 부인이 사는 집 옆으로 이사를 오고 전 부인을 좋아하는 연하의 남자에게 전 남편이 멱살을 잡고 심한 욕을 해댄다. 그런가하면 전 남편과 결혼을 하려고 하는 여인의 남동생이 이 남자의 전 부인을 좋아하고…, 이런 식이다. 그러자니 그들이 서로 주고받는 대화 속에 역시 거친 말들이 섞여 나오게 된다.

위에 간단히 소개한 두 개의 드라마뿐만이 아니다. 이미 방영이 끝났고 최고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아내의 유혹>이라든지 <천만번 사랑해> 등등도 ‘막드’의 범주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시청률이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시청률 높은 드라마가 효자라고 생각한다. 당장 광고 수입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까짓거 욕이야 먹든가 말든가 시청률만 높으면 되지 뭐!’ 라고 한다면, 그건 문제가 된다.

TV를 보면서 “저런 죽일 X, 나쁜 X”이라고 흥분을 한다. “여보슈, 저건 그냥 드라마야 드라마. 현실이 아니에요”라고 말을 해도 TV를 보는 이들은 그냥 흥분을 한다. 악역을 맡은 연기자를 미워하기도 한다. 심지어 그 악역의 연기자가 다음 드라마애서 착한 역을 맡아도 “저거저거 무슨 낯으로 저렇게 나오는 거야. 딴 데로 돌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시청률만 높으면 되지 뭐!”라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무서울 정도의 영향력을 방송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막드’의 역기능적 효과는 불륜이나 욕설로 인한 것도 있지만,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들이 더욱 큰 문제라고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만 가지고 있는 독특한 질서와 생활양식, 그리고 미풍양속 등이 그것이다. 예를 들면,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밥을 먹는 장면에서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며느리가 시부모에게 “아버님 식사하세요”라고 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라고 하는 작가들도 한결같이 그런 대사를 쓰고 있다. ‘식사’라는 말은 아랫사람이나 동료끼리 사용하는 말이다. 하늘같은 어른에게 써서는 안 된다. 또한 식사 장면 가운데 모든 출연자들이 젓가락으로 밥을 떠서 먹는데, 이것도 잘못이다. 우리나라의 식탁 매너로서 밥과 국은 반드시 숟가락으로 먹도록 되어 있다. 또한 어른이 수저를 내려놓기 전에 식탁에서 일어나는 것도 금기사항이다.

아침에 문안을 드릴 경우라든지, 정초에 세배를 한다든지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라든지 해서 조부모 또는 부모에게 큰 절을 올리는 장면이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데, 이때, “아버님 어머님 절 받으세요”라는 대사를 흔히 듣는다. 이것도 시정해야 한다. 부모에게 절 받으라고 명령하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어른이 자리 잡고 앉으면 그냥 절을 하면 된다.

지나친 욕설, 불륜관계, 복잡하게 얽힌 구성 등이 ‘막드’의 문제점으로 지적 받고 있다면, 우리나라 생활의 오랜 전통과 질서를 무시하는 것은 ‘막드’ 뿐만이 아니라 모든 드라마의 문제점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 같지만 그것이 작은 일이 아니다. 방송에서 사극을 보고 그것이 우리의 역사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임팩트가 강한 것이 방송이기 때문이다.

글·사진_ 정홍택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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