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독 장소영 “주인공 된 심정으로 작곡 몰입해요”

음악감독 장소영 “주인공 된 심정으로 작곡 몰입해요”

입력 2011-09-16 00:00
업데이트 2011-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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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 7년 만에 뮤지컬계 스타 음악감독 된 장소영 씨

뮤지컬에서 음악은 배우와 관객의 감정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음악감독의 자리는 무겁다. 하얀 종이 위에 연출자가 배우들을 스케치하면, 음악감독은 그들에게 각각 어울리는 색깔을 입혀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다. 그러자면 극의 흐름은 물론 드라마를 알아야 하고, 장면에 어울리는 노래를 잘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멀티플레이어여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뮤지컬계의 스타 음악감독 가운데 한명인 장소영(40)씨. 그녀는 요즘 하루가 24시간밖에 안 되는 게 아쉬울 정도로 바쁘다.

지난 10일 끝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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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된 음악과 마음’이라는 뜻의 작곡 조직 TMM을 이끌고 있는 장소영 감독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객석에 앉아 밝게 웃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진실된 음악과 마음’이라는 뜻의 작곡 조직 TMM을 이끌고 있는 장소영 감독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객석에 앉아 밝게 웃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뮤지컬 ‘피맛골 연가’와 장기공연 중인 ‘늑대의 유혹’ 음악감독을 동시에 맡아 진행했다. MBC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나가수)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하지만 워낙 일 중독자라 일할 수 있음이 행복하단다.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장 감독에게 최근의 구설수부터 물어봤다. 장 감독은 월간지 여성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남자들 중에 (‘나가수’에 출연했던) BMK를 안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 따지고 보면 예쁘지 않은 때문도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와전돼 거센 비난을 샀다.

“너무 억울했어요. 하필이면 BMK가 결혼하던 날, 잘못된 보도가 나와 더 속상했습니다. 아직도 인터넷에서 제 이름을 치면 연관 검색어로 ‘장소영 성형’(‘신상털기’에 나선 네티즌들이 장 감독의 성형 전후 사진을 올렸다)이 나온다니까요. (저를 싫어하는) 안티도 엄청 많아졌어요(웃음).”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그녀는 구김이 없었다. 어찌 보면 말 그대로 ‘유명세’다.

장소영은 7년 전 ‘하드락 카페’로 뮤지컬에 입문했다. 연세대 작곡과를 졸업한 뒤 한동안 영화나 드라마 배경음악 작업을 했다. 2004년 가을, 서울뮤지컬컴퍼니에서 그녀에게 운명적인 전화 한 통을 걸어왔다. 뮤지컬 ‘하드락 카페’를 새롭게 재공연하려는데 음악을 맡아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원래 하기로 했던 음악감독에게 일이 생기면서 그녀에게 기회가 넘어온 것.

“당시만 해도 창작 뮤지컬에 대한 개념이 없었어요. 기회다 싶어서 ‘저, 작곡도 할 줄 아는데요. 작곡도 한번 맡겨 보세요. 저, 되게 잘해요’라고 당돌하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뮤지컬 음악감독이 됐다. 이후는 승승장구. ‘와이키키 브라더스’, ‘하루’, ‘형제는 용감했다’, ‘싱글즈’, ‘피맛골 연가’ 등 수많은 뮤지컬의 음악작업을 맡았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가족’, ‘하얀방’ 등의 음악도 그녀 작품이다.

유난히 창작 뮤지컬을 많이 한 이유를 물었다. 답은 간단했다. “전 작곡가니까요. 누가 만들어 놓은 걸 하는 것보다 제가 만들어 나가는 게 더 좋아요.”

그래도 후회한 적은 없을까. “처음엔 고생 좀 했지요. 배우나 스태프 등 인간관계가 특히 힘들더라고요. 저는 동료라고 생각하고 얘기했는데 나중에 들어 보니 제가 학교 선생님이 학생 가르치듯 이야기했대요. 이 바닥(뮤지컬계) 룰을 모르는 것도 힘들었죠. 그래서 초반에는 날 무시할까봐 지레 먼저 방어하기도 했고, 센 척도 했어요.”

그런 시행착오를 이겨낸 비결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이든 죽어라고 한 거…. 스무 살 이후로는 정말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저, 악바리예요.”

그녀는 또 하나의 성공 비결로 ‘팀 플레이’를 들었다. “혼자 뭔가 하려고 하기보다는 시너지 효과를 내려 한 것, 제 욕심을 덜 부리고 함께했던 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장 감독은 말했다. 지난 7월에는 서울종합예술학교 뮤지컬예술학부장으로도 발탁됐다.

작곡을 할 때 작품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감정 몰입을 한다는 장 감독. 몰입과 성실이 오늘날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웃는 모습에서 한국 뮤지컬의 밝은 미래가 보였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11-09-1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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