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 선생 서거 103주기] 대한매일신보로 일제만행 알린 파란눈의 독립투사

[배설 선생 서거 103주기] 대한매일신보로 일제만행 알린 파란눈의 독립투사

입력 2012-05-08 00:00
업데이트 2012-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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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 선생의 삶과 유언

“나는 죽더라도 ‘대한매일신보’는 영생케 하여 대한 민족을 구하시오.”

배설(裵說·어니스트 토머스 베델, 1872~1909) 선생은 이런 유언을 남기고 1909년 5월 1일 37살로 인생을 마감했다. 사인은 결핵이었으나, 원인 제공자는 ‘상하이 옥살이’를 강제한 일본 제국주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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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 선생
배설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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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양화진 배설 선생 묘소 앞 큰 비석의 뒷면 한쪽이 비문이 깎인 흉한 모습으로 서 있다. 선생 사후 1년 뒤인 1910년 6월 국민성금으로 세운 비석에 새겨진 장지연의 비문을 일제가 훼손한 것이다. 장지연은 묘비명에서 “드높도다 그 기개여 귀하도다 그 마음씨여,아! 이 조각돌은 후세를 비추어 꺼지지 않을지로다.”라고 썼다.
서울 마포구 양화진 배설 선생 묘소 앞 큰 비석의 뒷면 한쪽이 비문이 깎인 흉한 모습으로 서 있다. 선생 사후 1년 뒤인 1910년 6월 국민성금으로 세운 비석에 새겨진 장지연의 비문을 일제가 훼손한 것이다. 장지연은 묘비명에서 “드높도다 그 기개여 귀하도다 그 마음씨여,아! 이 조각돌은 후세를 비추어 꺼지지 않을지로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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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4월 전국언론인들의 성금으로 깎인 비문을 복원해 세운 작은 비석의 비문이다.
1964년 4월 전국언론인들의 성금으로 깎인 비문을 복원해 세운 작은 비석의 비문이다.
영국 브리스틀에서 출생한 선생은 왜 한국식 이름으로 개명했으며, 왜 ‘한국 민족을 구하라.’라는 유언까지 남긴 것일까. 브리스틀에서 출생한 그는 16살부터 32살까지 16년을 일본에서 살며 무역 일을 했다. 1904년 3월 10일 러·일 전쟁이 터지자 런던에서 발행하던 신문 ‘데일리 크로니클’의 특파원으로 대한제국에 왔다. 그러나 그는 일본에 우호적인 기사를 강요하는 특파원 생활을 바로 접고, 7월 18일부터 양기탁과 함께 대한매일신보 등을 창간해 발행하기 시작했다. 일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영국 국적의 발행인을 자처했다. 치외법권의 보호를 받던 대한매일신보에서 양기탁·박은식·신채호 등은 일본을 통렬히 비판하며 항일무장투장, 헤이그 특사 파견, 국채보상운동 등을 보도해 애국·계몽운동을 벌일 수 있었다. 일본은 눈엣가시인 그를 추방하기 위해 영국에 압력을 가했다. 배설은 1907년 10월과 이듬해 6월 두 차례나 재판을 받아야 했다. 특히 1908년 3월 23일 전명운과 장인환이 친일 미국인 스티븐슨을 암살한 기사는 배설에게 치명적이었다. 1908년 서울의 영국 총영사관에 설치된 법정에서 영국인 본(F.S.A Bourne) 판사는 배설에게 3주간의 금고에 만기 후 선행 보증금으로 피고인 1000달러, 보증인 1000달러를 즉시 납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는 상하이의 영국조계 안 형무소에서 3개월간 금고 생활을 마쳤고, 1908년 7월 서울로 돌아왔다. 그러나 쇠약해진 배설은 병을 이겨내지 못했다. 장지연은 배설을 위해 1910년 추모의 글을 적었고, 그 문구로 비석을 세웠다. 하지만, 일제는 칼과 망치로 그 내용을 지워 버리고 훼손했다. 그렇게 훼손된 채 광복을 맞은 비석은 1964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한국의 언론인들은 장지연이 쓴 원래의 비문을 새긴 비석을 세우자는 운동을 벌였다. 현재 서울 마포구 양화진 외국인 묘역에는 배설의 유언이 한국인들을 반기고 있다. 새 비석이 세워진 뒤 4년 뒤 베델은 1968년 3월 대한민국 건국유공자로서 건국훈장을 받았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2012-05-0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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