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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세종청사 시대 3주째… 박재완 재정의 24시

[커버스토리] 세종청사 시대 3주째… 박재완 재정의 24시

입력 2013-01-05 00:00
업데이트 2013-01-05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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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새 세종서 집무 단 10시간… 길에 버린 시간만 하루 6시간

지난달 27일 오전 6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성남 분당구 정자동 자택에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길을 나섰다. 이날의 목적지는 재정부가 새로 둥지를 튼 세종시가 아닌 서울 광화문이었다. 오전 8시부터 청와대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세종정부청사로 향했다. 2시간 30분 걸려 도착해 재정부 기자단과 오찬을 함께한 뒤 다시 서울 여의도로 향했다. 그날 오후 2시 30분부터 세종청사 개청식이 있었지만 새해 예산안 처리 등을 위해 국회에서 비공개 당정 간담회를 가져야 했다. 박 장관이 이날 하루 서울과 세종청사를 오가며 길에 버린 시간만 6시간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4일 “앞서 20일에는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해야 했다”면서 “박 장관이 워낙 건강 체질이기는 하지만 체력 부담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부가 과천청사에서 세종청사로 옮겨온 것은 지난달 20일이다. 벌써 3주째 접어들고 있지만 박 장관이 세종청사에 머문 날은 단 3일에 불과하다. 그것도 온종일 머문 것이 아니라 잠깐잠깐 볼일을 보고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시간으로 따지면 세종 체류는 10시간 남짓이다. 세종시 첫마을에 장관 관사가 있지만 잠을 잔 적은 한 번도 없다.

6개 부처가 세종청사로 이사했지만 주요 회의와 행사는 여전히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과천청사에서 ‘방’을 뺀 탓에 서울에서는 주로 광화문 서울청사와 명동 은행연합회관, 여의도 국회 안 사무실을 이용한다. 관용차인 준중형 하이브리드 승용차도 주된 업무공간이다. 본의 아니게 ‘움직이는 사무실’ 시대를 맞고 있는 셈이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장관께서 서울에 아침 일정이 없는 날에는 가급적 세종청사에서 업무를 보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며 “앞으로도 상당 시간을 길에서 보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다른 장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세종시로 내려왔지만 거의 매일 서울을 오르내렸다. 그래도 세종시 첫마을 장관 관사에서 2~3일씩 숙박했으니 박 장관보다는 사정이 낫다. 박 장관과 비슷한 시기에 이삿짐을 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도 이틀 중 하루는 서울에서 보내고 있다.

그나마 장·차관들은 회의 핑계라도 대고 서울에 온종일 머무를 수 있지만 국장급 간부들은 꼼짝없이 서울과 세종을 ‘셔틀’처럼 오가야 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정부 고위공무원 A씨는 “서울에서 일을 보고 밤늦게 세종청사로 돌아오면 밥 때를 놓쳐 굶은 적도 많다”면서 “5000명이 넘는 공무원들이 단체로 ‘귀양’ 온 셈”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화상회의 등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하지만 한계가 있어 보인다. 재정부의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해킹 등으로 비공개회의 사항이 외부에 유출될 위험을 감수하느니 서울에 모여 얼굴을 맞대고 회의를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귀띔했다.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2013-01-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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