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견문기] 한남대교 아래서 피한 소나기 잊지 못할 한강변에서의 추억

[흥미진진 견문기] 한남대교 아래서 피한 소나기 잊지 못할 한강변에서의 추억

입력 2019-08-07 17:40
업데이트 2019-08-08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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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동화작가)
이소영(동화작가)
오후 6시 압구정역에서 모였다. 동호대교에서 반포대교까지 한강변을 걷는 투어였다. 아직 태양은 한강 수면의 두 뼘 높이에서 작열하며 강물에 붉은 물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전철이 지나는 동호대교 아래에서 옛사람들은 한강을 강이 아니라 동호·서호·남호 등 3개 호수로 나눠 부르면서 풍류를 즐겼다는 해설 사이로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하철이 지나가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천둥소리였다.

왼편에 잠원지구의 초록나무와 잔디, 오른편에 푸른 강물을 두고 한남대교를 향해 걸었다. 한강 물빛은 날과 시간에 따라 같을 때가 없다고 하는데, 회색 강물 빛이 지루하다며 잔디 쪽으로만 시선을 주는 분들도 있었다. 갑자기 후드득후드득 소나기가 내렸다. 빠른 걸음으로 비를 피할 수 있는 한남대교 아래까지 걸었다. 조선시대 한양에서 즐기던 열 가지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가 한남대교 근처에 있었다던 제천정에서 하는 달구경이었다고 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실눈썹같이 가느다란 초승달이 떠 있었다. 조선시대 즐겼다는 보름달은 아니었지만 새초롬하니 마음을 간질이는 매력이 있었다.

오후 7시 30분 반포대교에서 20m 아래 한강으로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190개 경관조명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물줄기를 형형색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달빛무지개분수는 2008년 영국 세계기네스협회에 ‘세계에서 가장 긴 교량분수’로 등재됐다고 한다. 한강 물이 굽이쳐 흐른다고 서릿개라고 했다가 한자 표기가 바뀌어 반포로 불리는 반포지구에 다다르자 태양은 사라지고 주변이 캄캄해졌다. 한강 건너 노란 불빛이 긴 띠를 이루고, 환하게 빛을 밝힌 한강유람선은 강물에 황금빛무리를 만들며 지나가고 있었다. 모두 50여개 노선을 운영하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대한 해설을 마지막으로 투어를 마쳤다.

한강은 차로 지나며 멀리만 바라보던 곳이었다. 햇빛과 달빛, 물빛과 풀빛, 한강변의 불빛까지 빛의 향연이었고, 어느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는 시구처럼 한강을 더욱 사랑하게 된 경험이었다.

이소영(동화작가)

2019-08-0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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