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7개월만에 제네바온 김계관 “두고봅시다”

3년7개월만에 제네바온 김계관 “두고봅시다”

입력 2011-10-24 00:00
업데이트 2011-10-2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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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고위급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3년7개월만에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스위스 제네바를 찾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회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7월 뉴욕에서 열린 1차대화 때 “6자 회담을 낙관한다”며 미국 입국 때부터 회담 틈틈이 여러 말을 했던 것과 대비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제네바는 1994년 제네바 합의가 탄생한 역사적 도시라는 점이 그의 침묵을 더 도드라지게 하고 있다.

그의 이런 침묵은 22일(현지시간) 오후 제네바 입국 당시부터 예견됐다.

그가 입국장 안팎과 공항 귀빈(VIP)실 밖을 지키고 있던 외신 기자들을 따돌리고 공항 계류장에서 바로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스위스 정부의 경호 제공 등이 이유가 됐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김 부장 스스로 회담 전에 언론을 통해 미국에 메시지를 던질 기회를 거부한 것이다.

그는 회담을 하루 앞둔 23일에도 제네바의 북한 대표부에 갔다 오면서 숙소를 지키고 있던 언론과 두 차례 조우했지만, 두 번 모두 담담한 표정으로 “두고보자”고만 짤막하게 말했다. 이는 평소 언론의 질문에 ‘말할 수 있는 것 정도는 말해준다’는 평가를 받던 그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태도다.

이런 이유로 북한 대표단 숙소인 캠핀스키 호텔에 진을 친 취재진 사이에서는 그의 이런 태도가 낙관하기 어려운 회담 성과를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카다피 사망과 맞물린 회담 시점이 별로 좋지 않고 이른바 비핵화 사전조치를 둘러싼 북미간 입장차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탐색적 대화’에 그쳤던 1차 대화의 한계를 넘어 이제는 조금이라도 성과를 얻어야 하는 책임자로서는 부담을 느낄만한 상황인 셈이다.

다만 외교가 일각에는 표면적인 침묵과 회담 성과를 연계해서 해석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북미 대표단이 이례적으로 한 호텔에 머문 것 자체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같은 숙소에 머물게 된 이유를 묻는 말에 김 부상은 “모르겠다”, 미 대표단의 시드니 사일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ㆍ일본 담당 보좌관은 “나도 놀랐다”고 말했지만, 사전에 모종의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특히 2차 북미 대화 기간에 공식적인 논의 외에 비공식적인 접촉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면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미가 상당히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외교가 일각에서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미 대표단이 북미 대화 때 같은 숙소에 체류한 것은 처음 본다”면서 “숙소에 대해서는 사전에 양쪽에서 서로 합의가 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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