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론’ 되뇌는 김외교…‘혼선’ 가중

‘책임론’ 되뇌는 김외교…‘혼선’ 가중

입력 2012-02-02 00:00
업데이트 2012-02-0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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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씨앤케이(CNK)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거듭 ‘책임론’을 언급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장관은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 21일 외교부 직원 전체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참담함과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자신의 책임론을 처음 언급했다.

이어 감사결과가 발표된 후 검찰이 사상 처음으로 외교부를 압수수색한 직후인 지난달 30일에는 연합뉴스 및 보도전문채널 뉴스Y와의 인터뷰에서 “낯을 들기 어렵다. 조직의 장(長)으로 무한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책임을 지는 것인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또 2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는 “국민과 직원들 보기에 민망하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다”면서 “어떻게 책임지는 것이 좋은지 계속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통상 장관 등 고위 공직자가 ‘책임론’을 언급할 때는 자신의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돼 왔다는 점에서 그의 이같은 발언은 이 파문에 책임을 지고 용퇴하겠다는 관측을 낳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외교부 당국자들이나 청와대 등은 이 사건으로 장관이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 이 사건은 김은석 전 에너지자원대사와 일부 직원들의 개인적 비리로 결론이 내려졌고, 검찰 수사도 외교부 보다는 당시 자원외교를 총괄한 총리실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 문제로 외교부 장관의 진퇴 문제가 논의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선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외교 수장을 바꾸는 것은 정권 차원에서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김 장관이 책임론을 계속 언급하는 이유는 뭘까.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김 장관의 성품 때문”이라고 말했다.

겸손하고 온유한 김 장관이 이번 파문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하는 얘기’일 뿐 거취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거취 문제는 이미 정리됐다.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당국자도 “책임감을 갖고 조직을 추스르고 외교부를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외교부 안팎에서는 장관의 거듭된 책임론 언급으로 오히려 혼선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계속 책임지겠다고 하는 것은 겸양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라면서 “장관의 그런 발언은 오히려 정치권에 사퇴공세의 빌미를 제공하게 되고, 이는 향후 사태수습을 위한 외교부의 노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 장관이 책임 문제를 언급하면 할수록 그의 진퇴 문제만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외교부의 조직쇄신 및 시스템 개편 논의는 묻혀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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