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 최고 인기 대학은 평양의대?

北서 최고 인기 대학은 평양의대?

입력 2012-09-11 00:00
업데이트 2012-09-1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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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불안감에 의대 인기 상승”

최근 북한에 있는 가족과 전화통화한 탈북자 김성호(가명) 씨는 여동생이 지방 의대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김 씨는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어머니가 여동생이 의대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자랑스레 전했다”며 “요즘 돈 있는 집은 자녀를 의대에 보내는 게 대세”라고 말했다.

북한에는 평양과 각 도에 의과대학이 하나씩 있는데 평양의학대학이 가장 인기가 있다.

한 대북소식통도 “평의대(평양의학대학)가 김대(김일성종합대학) 소속 단과대로 편입되면서 평의대의 인기가 더 올랐다”며 “김대 법률대학이나 재정대학 못지않게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북한은 2010년 5월 평양의학대학을 김일성대의 단과대학으로 편입시켰다. 이때 평의대와 함께 김일성대의 단과대로 편입된 대학은 평양농업대학과 계응상농업대학(황해북도 사리원 소재) 등이다.

이로써 같은 해 4월 재정대학을 신설했던 김일성대는 기존의 문학대학, 컴퓨터과학대학, 법률대학 등을 포함해 7개의 단과대를 가진 명실상부한 종합대학으로 규모가 확대됐다.

소식통은 “동평양제1중학교나 청진제1중학교 같은 도·시 급(級) 수재학교에는 워낙 평의대 폰트(학교별 할당량)가 적었는데 요즘은 김일성대 폰트에 끼워서 내려오다 보니 더 적어졌다”며 “지방 1중학교에서 평의대에 보내려면 수백 달러, 많게는 수천 달러의 뇌물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2년께 기존 5∼6년제 대학 학제를 4년제로 바꾸고 우리의 과학영재학교 격인 1중학교나 외국어학원(우리의 외고) 졸업생만 대학에 곧바로 진학할 수 있도록 교육제도를 개편했다. 또 같은 해 ‘전민복무제(의무병역제)’를 실시하면서 영재학교를 제외한 일반 중학교 졸업생은 모두 의무적으로 군에 입대하도록 했다.

영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곧바로 진학하는 학생을 ‘직통생’이라고 부른다. 북한의 대학 입시생은 직통생 외에도 전역과 동시에 대학 추천권을 받는 제대군인 입학생, 군 복무 도중 대학 추천권을 받는 ‘의탁생’, 직장생활을 하다가 대학 추천권을 받아 대학에 입학하는 ‘현직생’ 등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어떤 부류의 입시생이든 대학에 진학하려면 ‘폰트’라고 불리는 대학 추천권을 받아야 한다. 입시생이 대학 본시험을 치르려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서류인 대학추천서에는 대학과 학부의 이름이 기재돼 있다.

폰트는 북한 내각 고등교육성 산하의 대학모집국에서 각 지역에 내려 보내며, 폰트 배분에서 평양과 지방의 차이가 크다.

평양제1고등중학교 출신의 탈북자 최인혁(가명) 씨는 “내가 평양1고중을 졸업한 1990년대 말 우리 학교에만 김일성대 폰트 90개, 평의대 폰트 40∼50개가 배당됐다”며 “하지만 각 도 1고중에는 김일성대 3∼4개, 평의대 1개 정도가 내려갔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대학입시 구조 때문에 지방 출신 영재학교 졸업생 중에는 실력이 있어도 ‘빽’이나 돈이 없어 자신이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에 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탈북자 김씨는 “내가 가족에게 돈을 좀 더 보내줬더라면 동생이 평의대 폰트를 받을 수 있었는데 달러가 모자라 지방 의대에 갔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평의대를 나오면 평양의 봉화진료소(고위간부 전용병원)나 김만유병원 같은 좋은 병원에 가서 상류층을 대상으로 치료할 기회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도 11일 북한 특권층 사이에 평양의학대학의 인기가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탈북자 최 씨는 평의대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주민들 속에 팽배한 체제불안감 때문이라고 전했다. 최 씨는 “동기 중에 평의대에 간 돈 많은 재일교포 아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 왜 의대를 가느냐고 물었더니 ‘의사는 나라가 망해도 의사’라고 답했다”며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고 나서 체제불안감을 느낀 상류층에서부터 자녀가 기술을 배우게 해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의대 폰트가 수십 개 내려오는 평양1고중에서도 평의대 폰트를 받으려고 담임교사들에게 달러를 찔러줬다”며 “지방 1고중에서 평의대에 가려면 더 많은 뇌물을 바쳐야 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이처럼 의대의 인기가 높지만 의사들의 실제 생활수준은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평양의 일부 의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 의사들은 아직도 환자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유엔 기구가 북한 병원에 무상지원한 약품들을 시장으로 빼돌려 팔아먹으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북한 소식통들이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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