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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는 없는 ‘민의의 전당’…또 다시 국민 외면

민의는 없는 ‘민의의 전당’…또 다시 국민 외면

입력 2015-05-07 13:14
업데이트 2015-05-0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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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와 타협의 실종’…강대강 대치로 민생법안만 유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국회가 또다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았다.

지난 6일 공무원개혁안 처리 무산은 바로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였다.

민의보다는 당리당략에 휘둘렸고, 협상 과정에서 당내 계파 갈등이 그대로 노출됐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강조했지만, ‘갈등과 반목의 정치’는 어김 없이 반복됐다.

그러는 사이 민생과 직결된 ‘소득세법 개정안’을 포함한 100여건의 민생법안은 사장됐다.

◇강대강 대치’대화와 타협의 실종’ =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대화와 타협’의 실종, 다시 말해 협상력 부재다.

지난 2일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안’을 도출했을 때만 해도 ‘대화와 타협’의 미학이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물론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여당, 야당, 공무원단체의 입장을 조율해 ‘대타협’을 이뤄냈다는 사실은 높이 살 만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 4일 “국민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서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여야가 당초 약속한 시한을 지킨 점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거기까지였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극심한 진통 끝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이라는 내용을 국회 규칙의 ‘첨부서류’에 담기로 합의했지만, 여당 지도부는 당내 반발에 직면했고, 결국 설득에 실패했다.

야당 지도부 역시 “더 이상은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섰고, 강대강 대치 속에서 더이상의 협상은 없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기가 속해있는 정당보다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무조건 연계전략…민생은 뒷전 = 서로 다른 현안들을 묶어버리는 ‘연계전략’의 문제점도 도마에 올랐다.

야당은 주요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여당과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전가의 보도’처럼 연계전략 카드를 들고 나왔다.

쟁점 법안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민생 법안 등 다른 법안 처리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쟁점 법안이라 함은 정치적인 이슈를 담은 법안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결국에는 민생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야당은 새누리당에서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 50% 인상’이란 문구를 명시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자 “그렇다면 다른 법안도 보이콧”이라는 입장으로 맞섰다.

다른 법안들에는 담뱃갑의 경고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연말정산 환급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 영세 자영업자의 숙원 과제인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처리 등이 포함돼 있었다.

결국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민생법안 처리도 함께 물건너갔다.

이에 대해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공무원연금 법안 때문에 모든 민생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것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라면서 “협상은 협상대로 하면서 여야간 이견 없는 민생 법안은 미리미리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아무 관계도 없는 다른 법, 특히 소관 상임위와 법사위를 다 거친 민생 법안까지 막무가내로 연계시켜 법안심사를 거부하는 것은 조폭적 행태”라고 꼬집었다.

◇여권의 전략부재·해묵은 ‘당·청 갈등’ = ‘당·청간 조율 실패’가 또 다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의 발목을 잡았다는 시각이 있다.

실제로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여당이 제공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공무원연금 합의안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에 대해 “국민부담이 크게 늘기 때문에 먼저 국민 동의를 구해야 한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6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청와대도) 다 알고 있었으면서 그럴 수 있냐”면서 당·청 갈등이 표면화됐다.

결국 서청원 최고위원을 포함한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여당 지도부의 합의안 추인을 거부했고, 결국 협상안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를 두고 당·청이 긴밀하게 소통하되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각각의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비판이 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입법부 사안은 입법부에 넘겨야 3권 분립이 지켜지는 것인데, 대통령의 의지로 여야 합의안이 무효화된다면 국회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이렇게 간다면 여당이 청와대 이중대로 전락한다”고 비판했다.

◇지지 세력에 휘둘리는 정당 = 새정치연합은 협상 과정에서 공무원 단체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협상이 시작된 이후 상당 기간 자체 개혁안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달 처음으로 자체 개혁안을 내놨는데 핵심 쟁점인 기여율과 지급률을 정확한 수치로 내놓는 대신 α,β로 표기하는 등 모호한 안을 내놨다가 여론의 뭇매를 받았다.

이를 두고 새정치연합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요 지지 세력인 공무원 노조에 휘둘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협상에 참여한 한 인사는 “협상 과정에서 야당과 공무원 노조는 한 몸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오피니언라이브의 윤희웅 여론분석팀장은 “야당이 국민 전체적인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지지층만 생각하다 보니 협상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효율적인 국회’ 가로막는 국회 선진화법 = 국회 선진화법이 또다시 ‘위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 극한 대립은 막았지만, ‘민의의 전당’은 또다시 ‘식물국회’로 전락했다.

일명 ‘몸싸움방지법’으로 불리는 국회 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을 제한해 다수당의 법안 강행처리를 차단하고 쟁점 법안은 과반수보다 엄격한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해야 신속 처리법안으로 올릴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쟁점 법안’의 경우 여야의 합의 없이는 본회의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다보니 여야가 팽팽하게 맞설 경우 합의안 도출까지는 하세월이고, 협상 과정에서 법안이 본래 취지와는 다른 ‘누더기 법안’으로 전락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선진화법이 통과되면서 국회가 ‘다수결의 원칙’을 위배해 효율성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협상 과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이번 개혁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은데 국회 선진화법 하에서 야당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토론의 기간을 충분히 주되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수결에 원칙에 따라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매일 앉아서 논쟁만 하고 아무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다면 국회가 무용지물 아니냐”고 말했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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