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원장 인선 전면 재검토를” 친박 초·재선 20명 성명서 총대
“靑 개편, 국민에 대한 답 아니다” 비박 김용태 혁신위원장 날 세워오늘 전국위… 계파 전면전 전운
새누리당이 쇄신과 내홍의 갈림길에 섰다. 친박(친박근혜)계는 정진석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혁신위원장과 비상대책위원을 모두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로 채우자 단단히 뿔이 났다. 비박계 김용태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은 연일 쓴소리를 내뱉으며 친박계를 포함하는 여권에 대한 고강도 쇄신을 예고했다. 새누리당 내부에 드리운 전운(戰雲)은 점점 짙어지는 형국이다.
친박계 초·재선 의원 20명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정 원내대표의 비박계 쏠림 인사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박대출 의원은 “발표 내용은 급조됐고, 절차는 하자를 안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우물 안 개구리식 인선으로는 우물 안 개구리식 혁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비대위원 및 혁신위원장 인선은 원점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능한 분을 삼고초려라도 해서 모셔 와 혁신을 주도해야 하며, 비대위원도 유능한 인재들로 채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흠 의원은 “비대위원 명단에 총선 패배 책임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면서 “특정 계파 입장을 대변하고 당·청 갈등 속에 서 있는 분이 혁신위원장을 맡는다면 불협화음이 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는 김 위원장과 비대위원으로 선임된 김영우 의원, 이혜훈 당선자에 대한 반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총선 참패의 책임에 따른 쇄신의 대상을 친박계로 설정하고, 비박계 비대위원들이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의 복당을 상의 없이 일사천리로 추진해버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자 비박계는 “친박들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네 편 내 편 나누는 소꿉장난 같은 짓을 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김 위원장은 비서실장 교체 등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개편 인사에 대해 “국민에 대한 답이 아니었다”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새누리당은 살고자 한다. 그러려면 죽을 각오로 해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사즉생의 정신뿐”이라고 역설했다.
새누리당이 쇄신으로 가는 길목에서 또다시 고질병과도 같은 계파 갈등에 직면한 것이다. 비대위 공식 출범에 대한 추인을 위해 17일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갈등의 불씨가 더욱 커질지 아니면 꺼질지가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비대위 구성안이 부결될 경우 새누리당은 쇄신은커녕 더 깊은 내상만 안게 될 수밖에 없다.
한편, 당 일각에선 ‘도로 친박당’이라는 오명을 씻어내기 위해 친박계가 전략적으로 정 원내대표의 인선에 반발하며 그와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1보 후퇴’ 성격의 의도된 갈등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2016-05-17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