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물밑 접촉 가능성…이번주 재차 ‘책임총리’ 강조할듯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가 자진사퇴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총리 인준을 둘러싼 대치 정국이 가팔라지고 있다.무엇보다 야권의 반발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어 참여정부 출신인 김 내정자가 야권을 설득할 수 있는 복안이 있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내정자는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딸 결혼식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자진사퇴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국 해소의 방안으로 김 내정자가 스스로 물러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이 같은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여권은 야권의 반발에도 김병준 총리 카드를 철회할 경우 정국 수습은 더욱 꼬일 것으로 보고 야권에 대한 전방위 설득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분석도 있다.
김 내정자의 경우 자신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만큼 당분간 직접 나서기는 쉽지 않겠지만, 야권 인사들과 물밑 접촉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김 내정자가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인 만큼 여권보다는 야권과 인연이 더 닿아있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있다.
김 내정자는 지난 3일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 야당에 계신 분들을 찾아가서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고, 기다렸다가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이 단 하루도 멈춰선 안된다는 마음, 지금 너무나 많은 심각한 문제가 악화되고 있고, 정권 말기에 회복불능으로 갈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드리고 (야권에) 이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김 내정자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탈당 건의 ▲거국중립내각 구성 ▲국정교과서 반대 ▲대통령 주도 개헌 반대 등 야권의 입장을 대부분 수용한 만큼 야권에 대해 진정성도 보인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김 내정자는 특히 이번 주부터는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차녀 결혼식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다음 주에 차를 마시든지 자리를 한 번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김 내정자 인준안 처리 전망은 밝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현 단계에서 야권을 설득할 새로운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여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전날 촛불집회에 주최 측 추산 20만명(경찰 추산 4만 5천명)이 참여할 정도로 민심이 좋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야권이 기존의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야권은 6일 ‘김병준 인사청문회 불가’ 입장을 재확인하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총리 내정자 지명 철회 및 국회 추천 총리 지명, 2선 후퇴 등 요구사항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김 내정자가 ‘자진사퇴는 없다’고 버티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노무현 정신의 모독”이라며 “김 내정자는 국민으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민심을 외면하고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대통령의 꼭두각시일 뿐이다. 당장 그 자리에서 내려오시길 바란다. 용단하라”고 말했다.
기 원내대변인은 “인사청문회는 하지 않겠다”는 당론을 거듭 강조하며 “박 대통령은 2선으로 물러나 국회가 추천하는 책임총리를 받아들이고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며 재차 주장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SNS에 올린 글에서 “분노와 불안이 공존한다. 분노는 어젯밤 광화문에서 거듭 확인됐다”며 “불안을 제거해 국가와 국민을 구해야 한다. 불안 제거의 첫 출발은 김병준 총리 지명 철회 혹은 자진사퇴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저는 4가지 대안(김 내정자 지명 철회, 대통령 탈당, 3당 대표와 회담을 통한 총리 합의 및 거국중립 내각, 대통령 검찰수사 및 별도특검 수용)을 제시했다. 대통령은 조속히 결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만약에 끝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여야의 대치국면이 무한정 길어질 경우 김 내정자가 버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내정자 역시 “총리(내정자)가 인준이 되지 않으면 총리가 아니다”라며 “저를 받아주시지 않는다면 군말 없이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