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귀국 1주일… 성과·전망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일주째인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 예방을 시작으로 ‘정치 행보’에 무게를 싣기 시작했다. 20일에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차례로 예방한다. 7일간의 ‘민생·통합’ 행보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논란을 지우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반기문(오른쪽) 전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서울 강남구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에서 이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https://img.seoul.co.kr/img/upload/2017/01/19/SSI_20170119183532_O2.jpg)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반기문(오른쪽) 전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서울 강남구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에서 이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https://img.seoul.co.kr//img/upload/2017/01/19/SSI_20170119183532.jpg)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인 반기문(오른쪽) 전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서울 강남구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에서 이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반 전 총장은 서울 마포 캠프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와 만난 뒤 강남구 대치동으로 이동해 이 전 대통령을 30분간 예방했다. 귀국 후 정치인과의 첫 회동인 데다 실무준비팀에 친이(친이명박)계 인사가 상당수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됐다. 양측은 “정치적 얘기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반 전 총장을 배웅하며 “파이팅”을 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 전 총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히고 정치적 조언을 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반 전 총장이 친이 세력과 손을 잡는 게 대권 도전에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야당이 ‘이명박근혜’라는 표현으로 두 정부를 하나로 묶어 정권 교체의 명분으로 삼고 있어서다. 한편 반 전 총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를 예방하며 부산·경남(PK) 민심에 호소했다.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일주일 행보에 대한 정치 전문가들의 평가는 박한 편이었다. 정치 교체와 국민 통합을 화두로 제시했지만 반향은 제한적이고 준비는 부족해 보인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귀국에 따른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 상승현상)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이른바 ‘반풍’(반기문 바람)이 미약하다 못해 소멸할 수도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실제로도 반 전 총장은 정치 신인으로서의 ‘참신함’보다 ‘미숙함’을 더 노출하고 있다. 귀국 일성으로 ‘정치 교체’를 외친 이후 구체적인 비전을 담은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는 데다 조선대·카이스트 등 대학에서의 강연 내용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압축적이고 일관된 메시지가 부족하다”면서 “정체성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향후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른바 ‘반기문 캠프’ 내 인사들 간 ‘파워 게임’도 걸림돌로 인식된다. 숨 가쁜 행보에도 ‘반기문 띄우기’가 여의치 않자 김숙 전 주유엔 대사 중심의 외교 라인이 ‘친이계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곽승준 고려대 교수 등과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원 그룹에 있다가 합류한 오준 전 주유엔 대사와 김 전 대사 간 알력 싸움도 예사롭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세 확장 문제도 딜레마다. 옥석을 가리기 위해 ‘인의 장막’을 높게 치면 정치적 확장성이 떨어지고, 걷어 내면 정치적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사들이 여과 없이 합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 입장에서는 조속히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거나 다른 주자들과 본격적으로 정책 대결을 펼치는 등의 ‘터닝포인트’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 교수는 “지지율 상승을 바탕으로 정치 기반을 넓혀야 ‘반기문 자석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17-01-20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