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대국민 호소문 “시기가 생명… 신속 처리해야”
내년 예산안과 동시 심사 우려2008년 ‘촛불’ 땐 90일 걸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추경은 성격상 시기가 생명이며, 더 늦어질 경우에는 효과가 반감된다”면서 “지금이 바로 추경안을 조속히 처리해 경제 회복의 불씨를 살릴 적기”라고 말했다.
그는 “저유가와 각국의 보호무역 움직임으로 수출 현장의 활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고, 기업인은 선뜻 투자를 늘리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장바구니는 가벼워지고 있다”면서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고 지난 6월 조선업 밀집지역 실업자가 2만 4000명 증가하는 등 일자리 사정도 좋지 못하다는 점이 더욱 우려스렵다”고 어려운 경제 상황을 전했다.
유 부총리는 “추경안 중 70% 이상이 지방에 직간접적으로 지원될 예정”이라면서 “지역경제는 주민들과 밀접히 닿아 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 지원이 지연될 경우 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추경안은 9월부터 4개월간 집행을 염두에 두고 편성했는데 정부 내 준비절차와 지자체 추경일정 등을 감안하면 하루라도 빨리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한 지 2주 만에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 것은 8가지 요구사항을 내건 야 3당과 여당이 접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이달 안에 처리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2010년 이후로 국회가 추경안을 처리하면서 지금처럼 정치적으로 첨예한 사안을 조건으로 내 건 경우는 없었다”면서 “예컨대 ‘이런 항목의 지출은 안 된다’든가, ‘이런 곳에는 지출이 필요하다’는 식의 지적과 논쟁은 좋지만, 지금의 논의 구도는 ‘추경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추경안이 이달 26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2008년 이후 8년 만에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데 1개월 넘게 걸린 사례로 남게 된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 정국이었던 2008년 추경안은 90일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환급금 지급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면전환용’이라는 지적이 많았고, 여당(한나라당)이 날치기를 하려다 실패하는 등 파행을 겪은 결과였다.
추경안 통과가 이달을 넘기게 되면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서 심의를 받는 전례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예산과 추경안이 동시에 심의된 경우는 태풍 피해가 컸던 2002년과 2003년으로, 그때는 자연재해로 인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6-08-10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