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통치자금 봉쇄… “비핵화 행동없인 대화없다”

美, 北 통치자금 봉쇄… “비핵화 행동없인 대화없다”

입력 2010-07-22 00:00
업데이트 2010-07-2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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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외교·국방장관 2+2회의 분야별 논의 내용

21일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는 한국전쟁 60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 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천안함 사건 관련 의장성명 채택 이후 처음으로 한·미 양국의 대북 입장이 표출된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날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조치를 전격적으로 밝힘으로써 북한의 ‘대화공세’를 일축했다. 양국 장관들은 또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서는 심각한 응징이 따를 것임을 경고했다. 앞으로 상당기간 한·미의 대북 입장은 대화보다는 압박에 더 무게가 실린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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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힐러리 미 국무장관과 게이츠 국방장관, 유명환 장관과 김태영 장관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천안함 희생자들의 전사자명비에 헌화하고 있다. ②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회의에서 양국 참석자들이 인사말을 주고받고 있다. ③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2+2 회의 한·미 대표단의 예방을 받고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① 힐러리 미 국무장관과 게이츠 국방장관, 유명환 장관과 김태영 장관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천안함 희생자들의 전사자명비에 헌화하고 있다. ②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회의에서 양국 참석자들이 인사말을 주고받고 있다. ③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2+2 회의 한·미 대표단의 예방을 받고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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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BDA식 금융제재 시사… 외교관 여행금지도

‘금융 저승사자’ 아인혼 곧 방한

미국 측은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수준의 대북 압박책을 내놓았다.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밝힌 대북 제재의 골간은 유엔 결의안 1718호와 1874호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추가로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할 필요 없이 기존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에 뼈아픈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채택된 1874호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 결의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북 제재는 북한 지도부와 자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힐러리의 발언 역시 북한 지도부에는 심각한 타격이 될 만하다. 이렇게 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 줄이 막히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힐러리는 한 발 더 나아가 제재 결의안에 포함되지 않는 독자적인 제재도 추가할 것임을 밝혔다. 무엇보다 방코델타아시아(BDA) 식 금융제재의 부활을 시사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BDA식 금융제재’는 미 재무부가 2005년 9월 애국법 311조에 따라 마카오 소재 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결과적으로 BDA에 예치된 북한 예금 2500만달러를 동결한 조치를 일컫는다. 충격파는 엄청났다. 전 세계 금융기관은 미국 재무부로부터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고자 스스로 북한 기업과 금융거래를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북한은 이 제재에 대해 “피가 마르는 고통”이라고 표현하면서 두 손을 들었다. 미 정부도 “북한이 그 정도로 아파할 줄은 몰랐다.”고 놀랄 정도였다.

정부 관계자는 “연간 북한에 유입되는 달러가 10억달러 정도인데,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와 남측의 교역중단으로 이미 6억∼7억 달러가 유입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미국이 추가적으로 현금흐름을 차단할 경우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힐러리는 또 “(핵 확산과 관련있는) 북한 외교관들에 대해 여행 금지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과거 미국이 이란에 대해 제재를 추진할 때 검토했던 방안이다. 미국이 이런 요청을 할 경우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상당수 국가가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북한의 손과 발을 모두 묶고 숨통을 조이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가 ‘금융제재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로버트 아인혼 비확산 및 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이 조만간 방한할 것이라고 구체적 일정을 밝힌 데서도 그의 언급이 엄포성 경고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 <6자회담> “北 비핵화 조짐없어 6자 거론은 가식적 행동”

힐러리 “北 뭘 해야할지 알 것”

공동성명에는 ‘6자회담’이란 단어가 보이지 않았다. 성명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한 의지를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만 언급했다. 북한이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되기 무섭게 출구전략 차원에서 ‘대화공세’를 펼치는 모습을 가식적 행동으로 평가절하하면서 진정한 태도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힐러리는 이날 북한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북한이 가능성 있는 노력을 하고 6자가 모두 합의를 하면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할 수 있지만 지금 북한이 비핵화를 하려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천안함 침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의 의지를 보여줘야 하며 도발적이고 호전적인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어떻게 해야 제재를 해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힐러리는 “북한은 그 답을 알고 있다.”면서 “다만 행동에 옮기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북한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드러내면서 “정부의 5·24 대북 제재조치는 계속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 <한미동맹> 차관보급 2+2회의 지속… 동북아 안보축으로

SCM·SCAP 함께 ‘안보구축’

앞으로 한·미동맹의 구체적인 그림이 드러났다.

일정을 조정하기 힘든 장관급 2+2 회의는 필요할 경우에만 재개하기로 했고, 대신 차관보급 2+2 회의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나가기로 했다.

따라서 앞으로 한·미 안보 협력 구도는 기존의 ‘안보협의회’(SCM), ‘전략대화’(SCAP)에 ‘차관보급 2+2회의’가 가세하면서 3대축이 떠 받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SCM은 국방장관 간 만남, SCAP는 외교장관 간 만남이란 점에서 사실상 2+2 장관회의의 컨셉트가 유지되는 셈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에 대해서도 한·미는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했다. 특히 올해 10월 열리는 SCM때까지 새로운 계획인 ‘전략동맹 2015’를 완성키로 시한을 정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유무역협정(FTA)과 아프가니스탄전 공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 민감한 현안들을 공동성명에 두루 올린 것 역시 현재의 양국 관계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10-07-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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