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김영환 구금사건’ 실체

윤곽 드러나는 ‘김영환 구금사건’ 실체

입력 2012-08-02 00:00
업데이트 2012-08-0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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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주민 접촉’이 체포 배경…고문의혹 진상 여전히 베일

중국 당국에 114일이나 구금된 후 풀려나서도 고문의혹까지 제기돼 파장이 커진 ‘김영환 사건’의 윤곽이 점점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처음에는 김 씨가 오랫동안 북한민주화운동을 해왔고 일각에서 ‘북한인사 기획탈북설’ 등이 제기되면서 그가 중국에서 어떤 활동을 하다 체포됐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귀국한 김 씨가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들에 의해 전기고문 등 여러가지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하면서 이 사건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중국 내에 수감 중인 우리 국민을 모두 면담해 가혹행위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 사건은 유례없는 한중간 외교마찰로 비화하는 조짐이다.

중국이 왜 김 씨를 체포해 사형까지 선고가 가능한 ‘국가안전위해죄’를 적용해 조사했는지, 김씨가 ‘전기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등을 짚어봤다.

◇ 체포 혐의는 “北주민 접촉” = 김씨 일행의 중국내 행적이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달 25일. 김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요원들에 의해 체포된 과정과 수감생활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다만 다른 활동가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국에 간 배경, 체포 혐의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그러나 최근 김 씨는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포함해 4명의 일행이 체포된 배경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지난 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원래 사건이 저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 중 한 명이 북한에서 온 분과 접촉한 것이 발단이 됐다”며 “북한 보위부가 그 인물을 붙잡은 뒤 우리에 대한 정보를 중국 국가안전부에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씨 일행이 체포된 것은 ‘북한 인사와의 접촉’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북한 주민과 접촉하는 과정에 김 씨가 관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에서 체포된 북한사람은 김씨 등과 접촉한 점으로 미뤄 반체제 인사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언급은 김 씨 일행 체포에 북한당국이 깊숙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그동안의 관측에도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김 씨 일행 중 누가 북한주민과 접촉했는지, 접촉의 목적은 어디에 있는지 등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 묵비권…괘씸죄로 ‘전기고문’? = 김 씨가 귀국 후 기자회견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한 뒤 이번 사건의 초점은 주로 가혹행위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특히 기자회견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전기고문 등의 주장이 김씨 지인의 입을 통해 공개되면서 이번 사건은 한·중 외교마찰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김 씨는 처음에는 고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북한 인권문제가 한중 외교문제에 가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씨 측은 그러나 중국이 “고문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자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받아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전기고문 주장에는 아직 물증이 없지만, 가혹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 씨 진술이 구체적인 데다 중국이 자국 반체제 인사들에 대해 그동안 강도높은 고문을 가해왔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콩 소재 인권단체 ‘중국인권옹호자들(CHRD)’은 지난 3월 펴낸 연례보고서에서 지난해 중국에서 장기 투옥과 공권력에 의한 강제 실종, 반체제 인사에 대한 고문이 전례 없이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김 씨 일행을 체포했을 때만 해도 ‘주변 인물’에 불과했던 김 씨만 유독 가혹하게 고문한 이유는 여전히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김 씨는 귀국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 요원들이 주시해온 인물은 자신이 아니라며 “(중국 국가)안전부에서 제가 누군지도 몰랐다. 관심도 별로 없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따라서 김 씨가 다른 일행과 달리 ‘묵비권’을 행사한 데 대한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 韓, 효과적인 대응수단 있나 = 정부는 중국에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이 거부할 경우 대응 수단이 별로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외교부는 사건 초기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자 최근 중국에 있는 모든 수감자를 면담하고 가혹행위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조용한 외교’를 벗어나 이번 문제를 정면으로 대처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셈이다.

또 김 씨가 유엔 및 다자 차원에서 국제인권 메커니즘의 개인 진정제도를 활용해 이를 제기하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도 내왔다.

그러나 이런 대책이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정부 안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일단 모든 수감자에 대해 영사면담을 진행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고 조사가 끝나기 전에 중국이 적극적인 ‘반격’에 나설 경우 또다른 차원의 외교 마찰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 많다.

한 정부 당국자는 “유엔 인권이사회 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물증이 없는 개인 주장만을 가지고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에 대한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특별한 것은 없다. 겉으로 보기에 상처자국은 없는 것 같다”며 “한번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정부와 시민단체가 국제사회에서 이번 사건을 지속적으로 공론화시켜 중국을 압박해나가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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