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추문 의혹’ 軍장성 전역지원서 변조

[단독] ‘성추문 의혹’ 軍장성 전역지원서 변조

입력 2015-09-22 23:34
업데이트 2015-09-2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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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지원서와 형식 완전히 달라

지난해 5월 암에 걸렸다는 이유로 서둘러 전역해 추문을 은폐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예비역 육군 소장 홍모씨의 전역지원서가 변조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육군본부도 이 문서가 공문서 위·변조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 당시 전역지원서 결재라인인 육군 인사참모부장과 국방부 인사복지실장 등 군 수뇌부의 직무유기 내지 권한남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의 일반적인 전역지원서 양식(왼쪽)과 지난해 전역한 예비역 육군 장성 홍모씨의 전역지원서(오른쪽). 홍씨의 전역지원서는 일반 전역지원서와 형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고 개인 신상에 대한 간략한 설명만으로만 구성돼 있다. 특히 대통령령으로 규정한 비위사실 여부나 징계절차 등을 확인하는 항목 등이 누락돼 있다. 홍씨의 이름 부분이 익명 표기된 것은 육군 측이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실에 자료를 제출할 때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원래 적혀 있던 이름을 지운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실 제공
군 당국의 일반적인 전역지원서 양식(왼쪽)과 지난해 전역한 예비역 육군 장성 홍모씨의 전역지원서(오른쪽). 홍씨의 전역지원서는 일반 전역지원서와 형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고 개인 신상에 대한 간략한 설명만으로만 구성돼 있다. 특히 대통령령으로 규정한 비위사실 여부나 징계절차 등을 확인하는 항목 등이 누락돼 있다. 홍씨의 이름 부분이 익명 표기된 것은 육군 측이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실에 자료를 제출할 때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원래 적혀 있던 이름을 지운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실 제공
22일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실이 육군본부로부터 제출받은 홍씨의 전역지원서는 일반적인 지원서와 형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특히 군 검찰, 헌병 등 감찰기관의 비위사실 확인란 자체가 누락된 채 이름 등 간단한 신상 명세 관련 정보만 적혀 있다. 이는 비위사실이 있는 현역 장성이 정상적인 처벌을 받지 않고 의원 면직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해당 사항을 기입하도록 하는 대통령령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육군본부 정보작전지원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홍씨는 지난해 5월 19일 신병치료 등 개인 사유를 들어 당시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 류모 소장의 날인을 받아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홍씨의 전역지원서는 육군본부를 거쳐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의 결재를 받았다. 국방부 인사복지실은 이를 토대로 새로 작성한 전역상신 문서를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 인사혁신처는 이를 확인한 뒤 군 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자결재 문서로 전달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제대로 된 검증이 생략된 거짓 전역지원서를 근거로 전역 문서에 서명한 셈이다.

홍씨는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지 12일 만인 같은 달 31일 전역했다. 이에 따라 당시 육군 수뇌부가 성추문 의혹을 받고 있던 홍씨를 빨리 전역시켜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폐암 말기로 요양한다고 알려졌던 홍씨는 같은 해 9월 경기도의 작은 건설업체에 취업했다.

육군본부 인사 담당 관계자는 “규정과 서식을 어긋나게 처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도 이상하게 생각한다”면서 “왜 이렇게 됐는지는 조사를 해 봐야 알 수 있는 사안”이라고 공문서 위·변조 가능성을 시인했다고 권 의원 측이 밝혔다. 육군의 다른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장군 인사 담당자들이 자리를 바꿔서 확인해 봐야 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권 의원은 “누가 무슨 의도로 홍씨를 급하게 전역시키려 했고, 절차와 규정을 지키지 않은 전역지원서가 일사천리로 통과됐는지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5-09-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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