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2 D-28] ‘단일화 키’ 여론조사 함정은

[선택 2012 D-28] ‘단일화 키’ 여론조사 함정은

입력 2012-11-21 00:00
업데이트 2012-11-2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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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선택·설문문항·조사시기 등 주요 변수로 “노무현·정몽준때 ‘마지막 문구’가 승부 갈라”

대선 야권 단일 후보 결정을 위한 여론조사는 민의를 반영하면서도 후보의 지지율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설문 문항과 조사 시기, 역선택 변수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어 위험성도 큰 방식이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간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때도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채웠지만 역선택 논란과 설문 문항에 따른 오류 공방을 피해 가진 못했다.

당시 노·정 후보의 단일화 운명을 갈랐던 여론조사 설문 문항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경쟁할 단일 후보로 노무현·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였다.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강조한 정 후보 측과 지지도를 선호한 노 후보 측의 이해관계가 조화된 것이었다. 정 후보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문항이라고 흡족해했지만 결과는 노 후보의 승리였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질문이 길 경우 응답자 대부분이 ‘누구를 지지하십니까’라는 마지막 문구에만 주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은 ‘후보 적합도’를 선호하고 있고 안 후보 측은 ‘후보 경쟁력’을 선호하고 있어 협상 과정에서 두 문구가 같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20일 “여론조사 문구는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는 식으로 단순하게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역선택도 주요 변수다. 2002년에는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를 1차로 걸러내고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또 가장 가까운 시점의 다른 여론조사에서 나온 이 후보의 최저 지지율 30.4%를 기준으로 삼아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이보다 낮은 지지율이 나올 경우 이 후보 지지자들이 역선택을 했다고 보고 그 조사 결과는 무효로 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았다. 역선택을 막기에는 충분한 조치지만 최저 지지율을 얼마로 잡을 것인가에 따라 조사 결과 자체가 무효가 되고 승패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조직 동원도 막을 수 없다. 이병일 엠브레인 이사는 “본인이 세대(나이)를 속여 응답하는 등 의도성을 갖고 여론조사에 임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 이것이 여론조사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국 단위의 대규모 여론조사인 만큼 역선택과 조직 동원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사기관 선정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2002년 단일화 때는 당초 여론조사기관으로 선정된 한국갤럽이 정치 공방에 휘말릴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해 뒤늦게 여론조사기관이 변경되는 등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2012-11-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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