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일정 취소뒤 갑자기 호텔行 왜?

김정일, 일정 취소뒤 갑자기 호텔行 왜?

입력 2010-08-28 00:00
업데이트 2010-08-2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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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28일 귀국 행보가 애초 예상을 벗어나면서 이런저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 소식통들과 대북 전문가들은 방중 사흘째인 김 위원장이 이날 오전 창춘 일대 산업시설을 시찰한 뒤 오후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 지도부와의 회담이 하루 전인 27일 모두 마무리된 만큼 더는 중국에 머물 이유가 없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들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우선 중국 측은 오늘 오전 김 위원장 일행에게 성대한 조찬을 베풀었다. 하루 전인 27일 밤 송별연에 출연했던 가무단도 출연했던 것으로 알려져 김 위원장을 위한 중국의 마지막 환송연으로 판단됐다.

김 위원장 일행이 묵는 난후(南湖)호텔은 이날 오전만 하더라도 “오후부터는 정상적으로 투숙객을 받을 수 있다”며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 일행이 오후에는 호텔에 묵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었다.

김 위원장의 방중 코스였던 스핑-지안을 운행하는 열차 표도 이날 오후 모두 매진됐다며 판매하지 않았다. 관광 성수기인 데다 중국의 열차 표가 쉽게 매진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농촌 지역인 스핑-지안 열차 표가 모두 매진되는 사례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김 위원장 일행이 이 노선을 거쳐 만포로 들어가려는 것으로 전망됐던 이유이기도 했다.

오전 9시 5분께 난후 호텔을 나선 김 위원장 일행은 농업박람회장과 지린 농업대를 방문하는 등 귀국에 앞선 일정을 순조롭게 이어갔다.

그러나 오후부터 이상한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후 방문 예정이었던 창춘 이치(一氣)자동차 공장 방문 계획이 별다른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김 위원장의 이치 자동차 공장 방문은 이 공장 복수의 관계자들이 이날 오전 확인했던 계획이었다.

이어 김 위원장 일행이 방중 기간 사용했던 차량이 호텔로 복귀하기 시작했고 오후 4시 50분께는 김 위원장이 이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리무진이 차량 운송차에 실려 호텔로 돌아왔다. 이어 북측 인사들을 태운 미니 승용차들이 대오를 갖추지 않은 채 시차를 두고 호텔로 복귀했다.

차량들이 속속 복귀했음에도 중국 공안의 호텔 통제는 이해하기 어려우리만치 느슨해졌다. 오전에 설치됐던 폴리스 라인이 오후 2시께 모두 철거되고 공안의 호텔 통제도 김 위원장이 묵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으리만큼 허술해졌다.

난후 호텔을 지키던 외신 기자들 사이에서는 한때 김 위원장이 호텔에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까지 나돌았다.

스핑역에 대기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특별 열차가 이날 오후 8시께 창춘역에 모습을 드러낸 데 이어 이날 오후 9시께 김 위원장 일행이 특별열차에 오르면서 귀국 행보는 정상을 되찾았다.

그러나 이날 오후 김 위원장 일행이 보여준 모습은 여전히 석연치 않은 구석들이 있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가설은 김 위원장이 귀국길에 거쳐야 할 북한내 철도에 문제가 발생했었을 가능성이다.

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방중 코스로 잡은 만포-지안 노선 철도는 상당히 낙후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난 26-27일 압록강 유역에 폭우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압록강 유역의 북한 철도가 유실, 복구를 위해 시간을 늦췄거나 노선을 변경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단순히 김 위원장 탑승 차량이 운행 도중 고장을 일으켰을 가능성이다. 이날 오후 김 위원장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리무진이 차량 운송차에 실려 호텔로 들어왔다는 것이 그 이유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김 위원장이 피로가 누적돼 휴식을 취하려 했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귀국길에 올랐으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피로감을 보인 김 위원장이 호텔로 복귀해 잠시 휴식을 취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호텔 경호가 느슨했던 점으로 미뤄 호텔이 아닌 창춘의 모 병원에서 머물렀을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 일행의 행보가 워낙 철저히 베일이 가려져 있어 의혹만 제기될 뿐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고 있다.

선양 창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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