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추가 핵도발 카드…북·미간 기싸움

北 추가 핵도발 카드…북·미간 기싸움

입력 2011-02-20 00:00
업데이트 2011-02-20 14:2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대화압박’ 전술..현실화 가능성 미지수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미묘한 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아직은 ‘가능성’에 그치고 있지만 현 상황이 구조적 교착국면으로 이어질 경우 ‘현실적 카드’로 등장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특히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핵실험이 실시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또 다시 핵실험 준비 징후가 포착된 것은 심상찮은 신호라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지난달 19일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모처럼 조성된 대화의 동력이 떨어지면서 한반도 정세가 다시금 대화국면과 대결국면의 갈림길로 되돌아가는 분위기다.

 북한의 추가 핵도발 시나리오는 남북 군사실무회담 결렬 이후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대화재개 흐름과 그에 따른 북한의 막다른 처지와 맞물려 있다.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겨냥해 전방위적 대화공세를 전개해온 북한으로서는 ‘진정성’을 주문하는 남측과 이에 호응하는 미.일의 공동전선 속에서 답답한 국면에 처해있다.

 여기에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미대화에 전향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해 냉담해 보인다. 지난달 25일 북한은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명의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에게 북.미 고위급 군사회담을 의했으나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특히 지난달 하순부터 시작된 이집트 시위와 그에 따른 중동정세의 불안은 미국 조야의 관심을 아예 ‘북한’에서 ‘중동’으로 돌려놓았다. 대화재개 흐름 속에서 미국과의 ‘통 큰 담판’을 노려온 북한으로서는 불리한 국제환경이 조성돼 있는 셈이다.

 결국 북한의 선택지는 일정한 태도변화를 통한 ‘대화재개’와 아예 국면을 뒤흔들어놓는 ‘추가 도발’로 귀결되지만 후자 쪽일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도발→관심끌기→협상→보상→재도발로 이어지는 북한의 행동패턴에 따른 학습효과다.

 특히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태와 같이 남측을 상대로 한 군사 무력도발 보다는 제3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카드를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관심을 끌고 직접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면 고강도의 ‘충격요법’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 국면에서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도발 카드가 현실화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또다시 핵이나 미사일 카드를 사용할 경우 국제사회의 시선을 끌고 미.중에 대해 대화를 압박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북한이 입게 될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미 국제사회의 강도높은 제재가 작동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북한이 또다시 추가도발을 감행할 경우 북한으로서는 보다 강력한 제재에 직면하면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이게 된다.

 특히 미국의 관심을 끌어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기 보다는 오히려 오바마 행정부의 운신 폭을 좁게 만들어 대화재개를 어렵게 만들 공산이 크다.

 더욱이 유일한 우군 격인 중국의 입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추가도발을 자제하도록 강도 높은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관측이다.

 결국 내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경제난 구축과 후계구도 안착이 시급한 북한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도발 카드는 대화재개 흐름 속에서 서로의 태도변화를 압박해내려는 북.미간 기싸움의 소재로서의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으로서는 남측과의 대화카드는 일단 접고 다시 핵실험을 준비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며 미국을 상대로 직접 대화에 나서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응하지 않은 채 ‘서울’을 거쳐 오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최근 잇따라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온 것은 북한이 ‘오판’하지 말고 태도변화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북.미간의 기싸움은 양측의 대립각을 키우며 자칫 파국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나 오히려 양측간의 물밑접촉과 관련국들의 외교전을 촉발시키며 대화국면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다만 상황에 따라 북한이 핵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보다 약한 ‘저강도’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의 진화된 기술을 공개하거나 지난해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식에 등장한 중거리탄도 미사일(IRBMs)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양측의 기싸움 국면 속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 전략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해왔던 데서 한걸음 물러나 ‘진정성있는 태도’로 표현의 수위를 낮췄다.

 김성환 외교장관이 지난 16일 일본에서 “’열린 마음’으로 본회담 개최의제와 수석대표의 급을 정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며 북한이 거기에 대해 우리측의 제의를 수용하면 회담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는 북한이 태도를 바꿔 남북대화에 나오도록 유도하는 전략적 측면과 함께 남북대화 결렬의 책임이 남한의 경직된 태도에 있다기보다는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하려는 포석도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오는 23일(뉴욕 현지시각) 북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에 이어 28일 키 리졸브 연습 등 민감한 이벤트들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한반도 정세가 당분간 살얼음판이 될 전망이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