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난의 행군’ 세대 사회변혁 이끌까

北 ‘고난의 행군’ 세대 사회변혁 이끌까

입력 2012-02-15 00:00
업데이트 2012-02-1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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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통제에 반발’생계형 저항’에 머물러

북한에서 1990년대 중반 경제위기 상황에서 청소년기(10∼20대 초반)를 보낸 이른바 ‘고난의 행군’ 세대가 북한 사회의 중추세대가 됐다.

이 세대는 현재 북한사회를 이끌고 가야 할 30∼40대 초반의 성인으로 성장했다.

통계청이 추계한 북한인구 통계를 보면 2011년 현재 북한 총인구는 약 2천400만명이다.

이 가운데 30∼40대 초반 인구는 578만명 정도로 북한 총인구의 약 25%를 차지한다.

일부 전문가는 ‘고난의 행군’ 세대가 국가의 배급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 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 와 다른 세대에 비해 체제비판적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정작 이들에게서 ‘정치적 저항’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들이 북한의 사회·경제적 통제 속에서 생계유지를 위해 겉으로는 순응하는 척하면서 중간간부와의 연줄과 공모·담합을 통해 각자 개인의 삶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15일 “고난의 행군 세대는 현재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조건(시장활동)을 당국이 침해하지 않는 한 현재의 체제에 그럭저럭 순응하면서 사는 세대”라고 규정했다.

’고난의 행군’ 세대는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를 모두 경험한 부모세대와 달리 김정일 시대만 경험해 그나마 배급이 이뤄지며 살 만했던 김일성 시대의 경험이 거의 없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및 5명의 연구자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통일연구원 연구총서 ‘북한주민의 삶의 질: 실태와 인식’은 ‘고난의 행군’ 세대의 특성을 정리했다.

연구총서에 따르면 이 세대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 자생적 시장화의 결과로 확산된 ‘물질주의’와 ‘개인주의’를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와 ‘집단주의’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를 토대로 과거 부모세대가 지향했던 ‘정치적’ 성격의 삶보다는 물질과 개인주의적 사고에 기반한 삶을 추구한다. 과거 부모세대의 목표가 당원증 획득 등을 통한 안정적 삶의 유지였다면 이들에게는 화폐의 획득이 삶의 주요 목표가 되고 있다.

이 세대는 정치·사회적 감시와 통제를 항상 의식하지만 그에 따라 행동하고 순응하던 부모세대와 달리 사회통제기구를 적당히 활용한 공모·담합관계를 통해 개인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북한당국도 사회주의 국가 건설과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청년세대의 중요성에 주목해 왔다.

북한은 이들을 ‘새 세대’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교육에 힘써 왔다. 특히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불어닥친 경제위기 속에서 청년들을 체제 내로 결속시키기 위해 진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고난의 행군’ 세대가 경제적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형성한 인식과 행위패턴은 북한 당국의 의도와 다르게 나타났다. 이들은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요시했다.

현재 이 세대는 북한 사회에서 진행되는 ‘자생적 시장화’를 주도하는 세대다. 물론 2009년 화폐개혁 이후 당국의 시장통제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지만 아직 ‘생계형 저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재 이들의 행위양식이 ‘생계형 저항’에 머물고 있지만 김정은 체제가 생활조건의 개선에 실패하고 이 세대를 체제 내로 결속해 내지 못한다면 이들로 인해 향후 체제 및 사회통합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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