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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선 ‘대화’, 뉴욕선 ‘강경’…북한 두갈래 공세

베이징선 ‘대화’, 뉴욕선 ‘강경’…북한 두갈래 공세

입력 2013-06-22 00:00
업데이트 2013-06-22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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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역 비핵화-핵군축-평화체제 논의 노려한ㆍ미ㆍ일, ‘북한 불신’ 깊어질 듯..6자 회담 의장국 중국 행보 주목

북한이 두 갈래 외교 공세에 나서고 있다.

중국을 방문 중인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21일 베이징(北京)에서 “6자회담 등 어떤 형태의 대화도 환영한다”는 최근의 대화제의 기조를 재확인한 직후 뉴욕에서는 신선호 유엔주재 대사가 사뭇 맥락이 다른 목소리를 제기했다.

신 대사의 발언 내용은 사실 그동안 북한이 해오던 주장의 반복이다. ‘북한만의 비핵화를 수용할 수 없다’거나 ‘비핵화는 궁극 목적으로 남북 모두에 해당된다’는 얘기는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는 북한의 의지를 말해준다.

다시 말해 북한의 핵개발과 핵무기 보유에 초점이 맞춰진 것을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정책까지 포괄한 한반도 전역의 비핵화로 외연을 넓히려는 것이다.

이는 2005년 북핵 6자회담에서 도출한 ‘9.19 공동성명’에 적시된 ‘한반도 비핵화’의 북한식 해석이기도 하다.

북한의 논리는 미국의 자국을 향해 핵위협을 하는 등 안보 위협이 상존한 상황에서 북한에만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한반도에서 남북 모두 ‘핵이 없는 상태’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특히 헌법에까지 ‘핵무기 보유국’임을 적시한 북한은 대화가 재개될 경우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함께 북한까지 포괄하는 이른바 ‘핵군축 회담’으로 협상의 성격을 변화시키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고, 신 대사의 발언으로 이런 의중이 재확인됐다고 할 수 있다. 신 대사는 “미국의 위협이 지속되는 한 핵개발을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또 한반도에서 영구적인 평화를 구축하려면 관련국 간 적대관계의 청산, 즉 현재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하자는 제안을 했다.

미국의 안보위협 해소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측면이 큰 평화체제 구축 문제는 9.19 공동성명에서도 다루고 있다. 제4항에서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고 명시돼있는 것이다.

결국 북한은 ▲북한만이 아닌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 ▲핵무기 보유국간 핵군축 협의 ▲미국의 안보위협 해소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라는 자신들의 논리를 신 대사를 통해 다시 한번 내외에 알린 셈이다.

미국을 견제하는 중국도 비핵화 문제 등에서 북한과 비슷한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중국은 애초부터 6자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제시하는데 큰 공을 들였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기존의 주장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내용을 왜 이 시점에서 유엔 무대에서 재확인했느냐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적극적인 대화 공세에 대해 최근 한국과 미국, 일본이 워싱턴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하고 ‘2.29 합의보다 더 강한’ 비핵화 의무를 제시한 데 대한 반발로 볼 수 있다.

또 베이징에서 가진 중국과의 전략 대화를 통해 될 수 있으면 조기에 대화를 재개하려는 중국 측 의지를 확인한 것도 북한의 다각적인 행보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

북한이 대화공세와 함께 강경한 목소리를 다시 꺼내 들면서 협상의 동력은 크게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대화 제의에 대한 의도를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이 신선호 대사의 발언을 계기로 “북한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문제제기를 더 강하게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즉각 한국 내 유엔군 주둔과 미국의 대북한 제재는 모두 지속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패트릭 벤트렐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신 대사의 기자회견을 보지 못했다고 전제하면서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회견 내용을 보지는 못했지만, 알다시피 유엔군 사령부는 한국에 실제로 오랫동안 주둔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 적대시 정책이 언제라도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벤트렐 부대변인은 “과거부터 익히 들어오던 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한국 정부 고위 소식통은 “6자회담이든 어떤 협상이든 대화를 한다면 뭔가 비핵화에 대한 진전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핵군축 회담을 한다고 하는 데 이건 곤란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북한의 정확한 의도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국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시간을 끌 경우 자신들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과 한국의 ‘수석협상가’를 상대로 순차적으로 협의를 가진 6자회담 의장국 중국이 향후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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