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급 유속…심해잠수복도 속수무책

태풍급 유속…심해잠수복도 속수무책

입력 2010-03-31 00:00
업데이트 2010-03-3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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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실종자 구조작업을 벌이던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요원이 작업중 숨지는 등 사고가 발생하면서 군 당국이 심해잠수복 투입을 검토 중이지만 당장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더 거세지기만 하는 유속(流速) 때문에 수면에서 잠수복까지 공기를 공급하는 이른바 ‘생명줄’이 끊기거나 장애물에 얽혀 잠수사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31일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이날 함미 발견해역의 최대 유속은 일반 잠수사의 이동속도 0.8노트(0.41㎧)의 4.5배나 되는 3.69노트(1.9㎧),함수 발견해역의 최대 유속은 2.33노트(1.2㎧)에 달할 전망이다.

 달과 태양의 인력(引力)으로 만조때 바닷물 수위가 평소보다 높아지는 사리의 영향으로 유속은 4월1일에도 함미 부근 4.08노트(2.1㎧),함수 부근 2.52노트(1.3㎧) 등으로 당분간 계속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속에서는 심해잠수복과 수면의 공기공급장치를 연결하는 ‘생명줄’에 지나친 부하가 걸려 자칫 치명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산업잠수기술인협회 차주홍 부회장은 31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심해잠수복은 통상 2노트까지 사용이 가능하며,협회 규정상 무리하더라도 최대 2.5노트까지 쓸 수 있게 돼 있다.그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스쿠버다이빙 전문교육기관인 ‘파디(PADI)’ 소속의 스쿠버 인스트럭터 남영호씨도 “유속이 빠르면 공기를 공급하는 호스에 과도한 저항이 걸려 위험할 수 있다.자칫 끊긴다면 그대로 끝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해잠수복을 투입할 경우 빠른 유속에 떠내려 가는 거리를 감안해 멀리서부터 길게 호스를 늘어뜨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천안함의 잔해 등 장애물에 호스가 걸려 끊길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심해잠수복 역시 일반잠수복과 마찬가지로 질소마취와 산소중독 등 잠수병에 취약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남씨는 “심해잠수복은 헬멧이 무겁고 호스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고,잠수사의 체력이 훨씬 더 빨리 떨어져 감압병(잠수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다만 잠수사가 지니고 내려갈 수 있는 공기의 양이 제한돼 있지 않기에 유속 문제만 해결된다면 비교적 장시간 밑바닥에서 작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구조활동에 들어가는 것은 산 사람이 죽으러 가는거나 마찬가지”라며 유속이 가라앉기 전에는 안전한 잠수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백령도 현장의 구조대원들은 동료를 잃은 슬픔과 죽음의 두려움에도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동남 한국구조연합회장은 “어제 한 대원이 순직하면서 동요도 있었고 군의 협조부족 문제를 들어 철수하자는 말도 나왔지만 계속 이곳에 머무른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물 아래에 우리 장병 40여명이 있는데 어떻게 여기를 떠날 수 있겠냐”고 말했다.

 현재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는 해군 해난구조대(SSU)와 UDT 요원,민간구조대가 안전규정까지 어겨가며 목숨을 건 반복잠수를 강행하고 있지만 UDT 요원 한주호(53) 준위가 작업중 숨지고 다른 대원들도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하는 등 육체적,정신적으로 한계에 몰린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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