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조기 취학’ 득일까 실일까

불안한 ‘조기 취학’ 득일까 실일까

입력 2010-06-09 00:00
업데이트 2010-06-09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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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대책 추진중… ‘학업 부적응’ 뚜렷

정부가 초등생 취학연령을 한 살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초·중·고교에서 같은 학년이라도 태어난 달이 늦을수록 학업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시선을 끈다.

3월생과 이듬해 2월생의 학업 성취도가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저출산 대안과 사교육비 절감에 초점을 맞춰 ‘취학연령 하향화’ 계획을 발표하자 일각에서는 조기 취학이 학업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분석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취학연령을 낮추더라도 앞당겨진 기간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과정으로 활용하거나 아동의 발달 정도에 따라 학업 격차를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한다.

◇”성적하위집단, 생월 늦을수록 많아” = 9일 고려대 홍후조(교육학과)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생월에 따라 학업 성취도에 차이가 나는 ‘월령효과’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계속 나타났다.

특히 상반기에 태어난 학생보다 하반기에 태어난 학생 중에 학습 부진아 수가 더 많았다.

따라서 교육당국과 일선학교에서 앳된 아이들이 부적응아, 학습부진아로 전락하지 않게끔 학업 격차를 조기에 발견하고 해소하는 조치를 제대로 못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교수가 2006년에 치러진 PISA(학업성취도 국제비교)의 세 영역(수학, 읽기, 과학)을 네 집단으로 구분해 생월분포를 분석한 결과, 하반기(9월∼이듬해 2월)에 태어난 학생일수록 성적 하위 25% 집단에 속한 비율이 높았다.

중하위, 중상위 25% 집단에서는 하반기 출생자의 부진아 비율 기울기가 완만해졌고 상위 25%는 생월에 따른 기울기 차이가 없었다.

중학교 2학년생을 대상으로 2007년 치러진 TIMSS(수학ㆍ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 연구)를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신체적 성장과 발달 격차에 따라 생월별로 월령 효과가 나는 건 당연하지만 중ㆍ고교에서 월령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사회제도적인 원인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홍 교수는 “단지 몇 달 늦게 태어나서 숙달이 덜 됐다는 것뿐인데 한번 부진아로 낙인찍히면 누적 효과를 불러와 학교에 다니는 내내 부진아로 굳어져 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월령효과가 시사하는 바는 적기에 알맞은 공부를 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 현장서는 조기취학↓ 취학유예↑ =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최근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불신 등으로 조기 취학이 감소하는 추세다.

취학 유예는 점차 증가하다가 지난해 취학기준일을 1월1일로 앞당기는 조치가 취해지면서 취학률이 급상승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작성한 교육통계 연보에 따르면, 적령(만6세) 취학 아동 수는 2003년 66만9천여명, 2005년 64만1천여명, 2007년 63만7천여명에서 2008년 56만여명, 2009년 44만여명으로 줄곧 줄어왔다.

이에 반해 취학유예자수는 2003년 4만1천여명, 2005년 4만6천여명, 2007년 5만4천여명, 2008년 5만8천여명 등으로 2009년(3만9천여명)을 제외하고 매년 증가했다.

취학 유예 비율은 2003년 5.7%, 2005년 6.8%, 2007년 7.8%, 2008년 9.4%로 2009년(8%) 이전까지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는 학부모가 자녀의 학교생활 부적응, 따돌림 등을 우려해 같은 나이라도 생일이 11∼12월로 늦으면 학교에 보내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라는 게 교육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말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이 발표된 직후 상당수는 설문조사에서 ‘불만족스럽다’고 답하는 등 반론이 적지 않았다.

외국에서도 취학 연령을 두고 찬반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유럽에서는 덴마크, 프랑스, 독일은 만 6세에,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네덜란드는 만 5세, 핀란드, 스웨덴, 폴란드는 7세에 초등 교육을 시작하는 등 취학 연령이 제각각이다.

영국의 초등학교 연구기관인 케임브리지 프라이머리 리뷰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정규교육 과정을 조기에 시작하는 게 득이 된다는 증거는 없으며 오히려 몇몇 측면에서 해가 될 수 있다”며 5세 취학을 늦추는 문제를 공론화하자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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