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탄지 1분만에 갑자기 펑!” 유리창으로 필사 탈출

“버스탄지 1분만에 갑자기 펑!” 유리창으로 필사 탈출

입력 2010-08-12 00:00
업데이트 2010-08-1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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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간선도로를 파란색의 천연가스(CNG) 시내버스가 달리고 있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 속에 논현역과 중랑공영차고지 구간을 운행하는 241B번 버스의 운전기사 송모(53)씨가 평소처럼 행당동에서 무학여고 방향으로 버스를 몰던 중이었다.

 버스에는 1분여 전 탑승한 이효정(28.여)씨를 포함한 승객 14명과 운전사 등 모두 15명이 타고 있었다.출퇴근 시간이 아닌 탓에 승객 대다수는 좌석에 앉은 채로 있었다.

 버스에서 ’다음 역은 무학여고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조금 뒤인 오후 4시57분께.지하철 행당역 4번 출구 앞 사거리 주변에 정차했던 버스가 다시 앞으로 나가려던 순간 갑자기 ’펑‘하는 굉음과 함께 차체가 크게 요동쳤다.

 차체 아래쪽에서 올라온 희뿌연 연기가 버스 안을 순식간에 뒤덮어 내부는 전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버스 옆면 유리도 강력한 폭발의 영향으로 산산조각이 났다.불이나 불꽃은 보이지 않았지만 버스에서는 5초 정도 연기가 밖으로 계속 흘러나왔다.

 버스 왼쪽 뒷바퀴쪽에 앉아 있던 이재호(30)씨는 폭발 당시 공포에 질려 정신이 잠시 혼미했다가 옆에 있던 승객과 서로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버스 밑바닥이나 좌석의 형체는 유리 파편과 먼지 등이 뒤섞인 연기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씨는 한시라도 빨리 버스에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버스 유리창에서 필사적으로 뛰어내렸다.

 신음이 들리고 아수라장이 된 버스에서 다른 승객들도 누구를 구조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틈도 없이 자력으로 버스를 탈출했다.

 버스 맨 뒤쪽에 앉아 있던 서모(51.여)씨는 함께 탔던 후배가 “언니 빨리 내려”란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공포에 휩싸인 서씨는 버스 뒷편 왼쪽 유리창을 통해 부리나케 빠져나왔다.맨 발인 채로 버스에서 나온 서씨는 2차 폭발을 우려해 아픈 몸을 이끌고 인도로 죽을 힘을 다해 기어 올라갔다.

 버스를 벗어나서도 전장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머리에 피를 흘리며 신음하는 승객이 보였고 양쪽 발목을 심하게 다친 이효정씨는 의식을 잃은 채 출동한 구조대원에 의해 응급처치를 받고 있었다.

 버스 주변에 있던 차량과 오토바이 등이 파손돼 있었고,인근 상점들도 유리창과 환풍기 등이 깨져 있었다.간판이 부서진 가게도 보였다.

 승객들은 폭발에 의한 열상을 입었거나 버스에서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발뒤꿈치를 다쳤다.유리 파편을 맞은 승객도 있었다.

 그러나 폭발 지점에서 가장 근거리에 있었던 이효정씨의 부상은 그 누구보다도 심각했다.밑바닥에서 시작된 폭발의 영향으로 두 발목이 절단되다시피 한 채 의식을 잃은 것이다.이씨는 버스 운전석에서 약 2m 뒤에 떨어진 좌석에 앉아 있었다.

 부상자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과 경찰관 80여명의 도움을 받아 한양대병원 등 인근 4개 병원으로 옮겨지고 나서야 생지옥 같았던 사고 현장을 벗어났다는 생각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승객들은 사고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이재호씨는 “이제는 버스 타기가 무섭다.지금은 버스 근처에도 가기 싫다”며 “물리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가만히 누워 있다가도 그때 충격이 떠올라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서씨의 딸은 “어머니가 사고를 당한 이후 무서워서 어떻게 버스를 타고 다니느냐고 하셨다.평소에는 버스를 잘 이용하지 않았는데 그때 그 버스를 타셨다가 그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효정씨 어머니는 “딸이 버스를 탄 지 1분 만에 사고를 당했는데 실감이 나질 않는다.척추와 온 몸을 다쳤다.저녁 뉴스를 보고서야 딸의 사고 소식을 알았다”며 망연자실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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