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상처 남긴 고대 의대 추행사건

숱한 상처 남긴 고대 의대 추행사건

입력 2011-09-06 00:00
업데이트 2011-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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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고려대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가해자에 대한 학교 측 징계가 100여일 지난 5일 마무리됐다.

여론과 피해자 측의 요구대로 가해 학생들이 학교 복귀가 원칙상 불가능한 최고 수위 징계인 출교 처분을 받으면서 징계 수위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이 학교 의대 남학생 3명은 지난 5월 21일 경기도 가평 용추계곡의 한 민박집에서 동기 A(여)씨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사이 몸을 만지고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로 A씨의 몸을 촬영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고려대라는 명문 사학의 의대생이 저지른 일이라는 점에서 예비 의료인의 윤리 의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사건이 알려지자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가해 학생자들은 의료인의 윤리를 스스로 저버린 만큼 의사가 될 자격이 없다”며 “다시는 학교에 돌아오지 못하도록 출교 처분을 내려야 마땅하다”는 의견이 봇물터지듯 쏟아졌다.

출교는 고려대 학칙상 최고 수준의 중징계다. 출교 처분을 받으면 입학 기록이 완전히 삭제되고 재입학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한 단계 아래 징계인 퇴학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한 절차를 거쳐 재입학이 가능하다.

고려대가 학생에게 출교 처분을 내린 것은 개교 이후 기록이 남아 있는 1970년대 이래 두 번째다. 지난 2006년 병설 보건대생의 총학생회 투표권 인정을 요구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인 학생 7명이 사상 첫 출교자다.

성추행 가해자들은 범죄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학교 측은 “절차상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징계 심의를 쉽게 끝내지 않았고 결국 사건 발생 100여일이 지나서야 매듭지어졌다.

징계 심의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진행 상황이 비공개에 부쳐지면서 안팎에서는 ‘학교가 가해자들을 학교로 복귀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학교가 출교가 아닌 퇴학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재학생과 졸업생까지 나서 학교 당국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고 인터넷 게시판과 트위터 등에 가해자와 학교 측을 비난하는 글이 연일 쏟아졌다.

이런 와중에 가해 학생 중 한 명이 구속 전 ‘피해자는 사생활이 문란하다/아니다’ 등 문항이 담긴 설문지를 학내에 돌린 사실이 공개되면서 파문은 증폭됐다.

이 때문에 최근 피해자가 직접 언론 인터뷰에 나서 “설문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가 현실화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던 게 사실이다.

이날 학교 측이 발표한 담화문에는 향후 가해자들로부터 소송 등 문제제기를 받는 일을 피하려면 절차상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고심이 엿보인다.

고려대는 이날 의대 학장 이름으로 담화문을 내 징계 수위를 공개하면서 “섣부른 징계 결정은 오히려 고대 의대의 명예를 실추시킬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해 올바른 징계 절차를 하나하나 정확히 지켜나가고자 최대의 노력을 다 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후 100여일이 지나서야 징계가 내려진 데 대해 학교측은 “징계 수준을 예결하고 예결 후 규정에 정해진 절차를 진행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며 “이는 상벌위원회의 최종 판정에 어떤 오류도 남기지 않으려는 고뇌의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가해자 중징계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상처받은 피해자가 마음을 추슬러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도록 지원하면서 재발을 막으려면 학교와 학생 모두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우리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대적으로 의견을 표출하고 학교에서도 늦었지만 적극적으로 결정을 내려 다행”이라며 “학생회는 앞으로 피해 학생을 보호할 전반적 대책을 마련할 것이고 학교를 상대로도 이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을 방안 마련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교 소식을 전해 들은 피해자 A씨의 언니는 시민단체를 통해 “늦었지만 고려대가 상식적인 결정을 해줘서 고맙다”며 “출교 처분이 내려지도록 그간 많은 분이 애써주셔서 동생이 학교를 마음 놓고 다닐 수 있게 됐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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