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연 박태규… ‘로비 수사’ 급물살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에 연루된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의 검찰 소환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답보상태에 빠졌던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더욱이 대검찰청 고위 관계자는 15일 “나오면 나오는 대로 모두 수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부산저축은행 수사의 향방조차 예단하기 힘들게 됐다. 때문에 김 수석을 신호탄으로 지금껏 수사선상에 거론됐던 정·관계 인사 10여명의 소환도 잇따를 전망이다.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71·구속)씨가 김 수석에게 현금과 상품권 등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가 부산저축은행의 퇴출 저지를 위해 김 수석을 직접 만나 로비를 했다는 정황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박씨가 은행이 퇴출위기에 몰렸던 지난해 4~8월 김 수석과 수십 차례 통화한 내역과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을 확인, 접촉 경위를 집중적으로 추궁해 왔다. 이에 따라 검찰은 늦어도 다음 주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되, 조사 상황에 따라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임명된 김 수석은 이날 사의 표명과 함께 “민간인으로 돌아가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부산저축은행건과 관련해 어떤 로비를 한 적도, 금품을 받은 적도 결코 없다.”고 밝혔다. 또 “처음 박씨가 부산저축은행문제를 꺼냈을 때도 ‘범정부차원에서 조사하고 있으니 관여하지 말라’고 오히려 선을 그었다는 점도 밝혀둔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달 말 김 수석은 “박씨와 친분은 있다.”면서 “하지만 작년에 했던 전화통화 대부분은 일상적이고 사적인 대화였다.”고 말했다.
따져 보면 검찰의 부산저축은행 로비의혹 수사는 겉돌았다. 박씨가 지난달 29일 캐다나에서 도피생활을 하다 돌연 귀국, 구속 조사를 하면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박씨가 모르쇠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 기소를 하루 앞둔 이날 “박씨가 최근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로비 대상자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로비의 ‘연결고리’를 마침내 찾아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얘기다. 박씨의 진술을 근거로 김 수석에게 출석을 통보한 것이다. 특히 박씨가 정치권뿐만 아니라 재계와 금융권의 고위층 인사들과도 두루 친분을 쌓아 온 거물급 로비스트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입을 연다면 충격파가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검 중수부가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적당히 넘어가지 않을 것 같다. 중수부 폐지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존재 이유와 수사 능력을 보여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6개월 동안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와 관련, 38명을 구속하고 64명을 기소했다.
오이석·안석기자 ccto@seoul.co.kr
2011-09-16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