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Buy Korea? 통역 안돼 쇼핑하기도 힘들다

[커버스토리] Buy Korea? 통역 안돼 쇼핑하기도 힘들다

입력 2011-10-08 00:00
업데이트 2011-10-0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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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다녀간 중국인에 물어보니

지난 3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 중국 국경절 연휴를 맞아 한국에 왔다는 류쥔칭(劉俊?·36)은 “아이들과 놀이공원을 갔다 왔는데 중국어 안내판이 없어 길을 헤맸다.”며 한국 여행의 불만을 토로했다. 한 20대 중국인도 “상점이나 음식점, 특히 버스정류장 등에서 중국어 안내가 부족해 불편을 겪었다.”고 거들었다. 류이신(劉依欣·30)은 “물건을 살 때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엉뚱한 물건을 산 적이 있다.”며 난감했던 상황을 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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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경복궁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은 고궁 안내요원에게 궁에 대한 설명를 듣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7일 오후 서울 경복궁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은 고궁 안내요원에게 궁에 대한 설명를 듣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한국 여행에서 말이 안 통하거나 안내 표지판이 없어 불편을 호소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116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8%가 ‘언어소통 불편’을 가장 큰 불만으로 꼽았다. 이어 ‘안내 표지판 부족’이 13.7%를 차지했다. 공통점은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여행업체 관계자는 “현재 중국인보다 일본인 관광객 수가 많은 터라 국내 관광지에서 아직은 중국어 안내보다 일본어 안내가 더 눈에 띈다.”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는 추세인 만큼 앞으로 중국어 안내에도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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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잠잘 곳을 찾기가 힘들다.”는 볼멘소리도 적잖다. 가이드 도움 없이 자유 여행으로 한국을 찾았다는 황자린(黃嘉林·23)은 “서울은 상황이 그나마 낫지만 서울을 벗어나면 잠잘 곳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면서 “지방 관광호텔은 시설이 낙후돼 불편했다.”고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실시한 중국인 관광객 전문 여행사 296곳의 설문조사에서는 ‘열악한 숙박시설’(39.1%)이 중국인 관광객 불만 1위로 나타났다. 김진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연 200만명에 가까운 중국인들이 유입되고 평균 9박씩 머무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국내 호텔의 수용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서울 도심의 노후 건물을 비즈니스 호텔로 용도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숙소시설과 관련해 “중국인을 차별 대우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메이친(章美琴·24)은 “중국인 여행객 대부분이 1급 호텔을 선호하는데, 한국 여행사들은 일본인에게는 고급 호텔을 안내하고 중국인에게는 값싼 호텔을 안내하는 등 차별을 두는 것 같다.”면서 “중국인들을 향한 한국인의 시선도 곱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의 61.1%가 호텔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고급 숙소에서 묵겠다는 중국인이 많다는 얘기다. 서울 S호텔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예전에는 무조건 제일 낮은 가격의 방을 원했는데 지금은 그런 예약이 싹 사라졌다.”며 최근 경향을 설명했다.

숙박시설뿐 아니라 여행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행업체 측은 “최근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에 가보니 볼 것이 없더라, 다른 곳으로 가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중국인 관광객의 규모가 급증하는 만큼 입소문도 삽시간에 퍼지기 때문에 무시해선 안 된다.”면서 “국내 새 관광 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여행 상품을 하루빨리 보강하지 않으면 국내 관광산업이 도약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준·신진호·김소라기자 apple@seoul.co.kr



2011-10-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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