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곳간 ‘텅텅’..직원 월급도 못 줄 형편

지자체 곳간 ‘텅텅’..직원 월급도 못 줄 형편

입력 2011-10-13 00:00
업데이트 2011-10-13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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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세 수입 형편없어 신규 사업은 엄두도 못내초긴축 재정 운용, 공유지 매각, 비상본부 운영 등 안간힘”지방세 비율 조정, 재정 분권화 없으면 악순환 계속”

2011년 회계연도가 3개월도 남지 않은 가운데 전국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황이 열악해 공무원 월급도 제대로 못 주는 형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세 수입이 적고 재정 자립도는 낮아 시급한 현안 사업도 줄줄이 발목을 잡혀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재정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초긴축 운용을 하고 ‘대책본부’까지 꾸리는 등 비상상황을 맞고 있다.

◇자체 세입으로 월급도 못주는 지자체

상당수의 지자체가 자체 세입으로 직원들의 월급을 주는 게 불가능한 실정이다.

충남도에서는 16개 시ㆍ군 가운데 11곳이 지방세 수입으로 자체 공무원의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의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재정력지수는 천안(0.728)과 아산(0.738)을 제외한 14개 시ㆍ군이 0.5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공무원 인건비 대비 지방세로 나타내는 재정력 지수는 1보다 크면 자체 세입으로 인건비는 해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남 고성군은 오는 12월 직원들의 월급 줄 돈이 모자라 이번 추경에서 17억원을 요청한 상태다.

지난 9월 기준으로 군청 직원 692명의 한 달 월급 총액은 20억원 정도인데 공무원 월급 인상분 5% 등을 고려하면 오는 12월엔 17억원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당초 예산안을 편성할 때 월급 인상률이 확정되지 않아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며 “다른 현안 사업 등으로 재원이 부족해 이 같이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재정자립도가 27.7%인 인천시 부평구는 직원들의 2개월치(11~12월) 인건비 41억원을 계속 편성하지 못하다가 2차 추경안에 상정했다.

광주는 6개 자치구 중 4곳, 전남은 22개 시ㆍ군 중 무려 16곳이 공무원의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지자체는 목포, 여수, 순천, 광양 등 4개시와 영암과 화순 등 2개 군지역에 그쳤다.

◇재정난에 주민들 현안 사업도 발목

재정난에 따른 피해는 지역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대구ㆍ경북지역 기초자치단체 상당수는 독자적으로 주민 편익사업을 추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 서구청은 한 해 예산 1천700여억원 중 인건비 등 경상경비 1천180억원을 뺀 500여억원만으로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탓에 몇몇 필수사업에만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특히 서구청은 최근 구청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치러지는 보궐선거 비용을 마련할 길이 없어 공무원연금공단에 납부하려던 공무원연금 7억여원을 내년에 내기로 하고 이 돈으로 선거비용을 충당키로 했다.

경북 영양군과 청송군도 빠듯한 예산 사정으로 지역사업을 거의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군사시설보호와 환경보존 등의 이유로 개발에 각종 규제가 중첩돼 있는 지자체는 상황이 더 열악하다.

강원도 휴전선 인근 접경지역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가 워낙 낮다보니 정부 교부세에 의존해 살림을 근근이 꾸려가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10.4%인 철원군과 화천(12.9%)ㆍ양구(13.7%)ㆍ고성(13.8%)ㆍ인제(13.9%)군은 매년 정부 보조금 규모에 따라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정부 지원금도 한계가 있다 보니 신규 사업은 거의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철원군의 한 관계자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의존재원에 따라 세입, 세출 규모가 정해지는 현실”이라면서 “부족하지만 허용된 범위 내에서 겨우 버틴다”고 말했다.

◇초긴축 재정운용, 비상본부 가동..생존 위해 발버둥

재정난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지자체에서는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다.

강원도는 핵심사업에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해 내년도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초긴축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기재정계획과 재정 투ㆍ융자 심사, 출자출연심의위원회, 행사성사업 심의 등 사전심사를 강화하고 재정실무심사단을 신설해 효율성이 낮은 사업은 사전에 차단하기로 했다.

또 도지사 업무추진비 40% 절감과 매년 지방채 300억원 감축, 민간이전 경비에 대한 한도액 설정 및 일몰제 엄격 적용, 민간보조금 관리 대폭 강화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평창군은 2010년부터 재정압박이 가중되자 재정위기 비상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이 결과 행사성 경비 및 성과 상여금, 연가보상비 등 경상경비와 도민체전 경비 절약을 통해 44억원을, 올해부터 확대 실시한 계약심사제를 통해 20억원을 각각 절감했다.

또 평창대화 통합상수도사업 변경을 환경부에서 승인하면서 국비 116억원을 받아 군비 부담 88억원을 해소했으며 중앙부처 방문을 통해 국ㆍ도비 보조금 및 교부세 등 274억원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8개 읍ㆍ면을 대상으로 ‘군민행복 경영협약’을 체결하고 기업 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

특히 부족한 재원확보를 위해 군유지 265필지 8만1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다 무단 점용 군유재산 795필지 88만9천㎡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여 변상금 부과와 대부계약을 진행해 100억여원의 재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내년도 재정여건이 더 악화됨에 따라 투자 우선 순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각종 행사경비와 경상경비를 10% 이상 절감하기로 했다.

경기도 화성시는 지난해에 1천684억원의 재정결손이 발생하자 3차례에 걸친 감액추경으로 1천139억원의 세출을 줄이고, 나머지 545억원은 2011년 예산을 앞당겨 쓰는 방식으로 극복했다.

시는 이 과정에서 지난해 30년 이상 장기근속자 7명의 해외연수를 위해 배정한 5천600만원의 예산을 전액 삭감, 연수를 1년간 유보했다.

시의회도 지난 3월 22∼25일 계획돼 있던 3박4일간의 일본 해외연수를 무기한 연기해 4천여만원의 연수경비를 절약했다.

대구 남구청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각종 정부 공모사업에 응모하면서 국ㆍ시비를 최대한 끌어오는 방법을 쓰고 있다.

창원대학교 행정학과 강정운 교수는 “효율성을 높이려는 지방정부의 자구책 마련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재정부분에서 지방분권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세에 비해 비중이 낮은 지방세 비율을 늘리는 등의 조치가 없으면 재정난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재홍 윤우용 전승현 배상희 임보연 최찬흥 홍창진 이은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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