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 “연대장이 가족 주치의 취급”

군의관 “연대장이 가족 주치의 취급”

입력 2011-10-28 00:00
업데이트 2011-10-28 00:2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수시로 “어머니·아내 진료” 지시

육군 모부대 연대장(대령)이 소속 군의관에게 가족을 진료하도록 하는 등 ‘개인 주치의’처럼 사적인 일을 강요했다는 진정이 제기돼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인권위는 27일 “경기지역 육군 모 부대에서 군의관으로 복무 중인 A중위가 연대장으로부터 ‘내 가족을 진료하라’는 등 군 업무와 무관한 지시를 받아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군인권센터로부터 접수, 진상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A중위는 최근 군인권센터를 찾아 사정을 털어놓았다.

진정서에 따르면 A중위는 최근 연대장인 B대령으로부터 “영내 관사에 살고 있는 어머니를 방문해 진료하고 링거 등 치료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A중위는 B대령의 황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고 싶었다. 군 업무와는 무관한 개인적인 요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A중위는 직속 상관의 명령을 따라야 했다. 설사가 심했던 B대령의 어머니에게 군병원에서 사용하는 링거를 주사했다. 이전에도 A중위는 “입안 고름을 제거한 아내의 수술 부위를 살펴봐 달라.”는 B대령의 지시에 따라 군 병원 의료기구를 들고 관사를 방문, 진료한 적이 있다.

B대령의 부당한 지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A중위는 지난달 휴가를 마친 뒤 복귀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B대령으로부터 ‘출퇴근 시간 제한’ 조치를 받았다. 출근은 30분 빨리, 퇴근은 1시간 20분 늦게 하라는 명령이었다. 또 부대 밖 생활을 금지하고 영내 숙소에서 거주하라는 지시도 받았다. 결국 A중위는 군인권센터를 찾았다. 군인권센터는 “군 부대 상관이 부하에게 자신의 가족을 대상으로 개인적 의료행위를 시키고 업무와 무관한 일을 시키는 것은 명백한 군인복무규율 위반”이라고 밝혔다.

군에서 상관이 부하를 마치 ‘몸종’ 부리듯 하는 경우는 다반사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휘관이 부하 병사에게 속옷 빨래를 시키거나, 운전병에게 자신의 자녀들을 학교와 학원으로 태워달라고 명령하는 등의 사례가 접수되기도 했다. 심지어 사장단이 참모의 아내들을 동원해 자신의 집에서 김치를 담그게 하는 일도 있다. 대대장 당번병으로 복무했던 강모(22)씨는 “복무기간 중 대대장 부인의 쇼핑에 ‘짐꾼’으로 불려다녔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모대대 소대장으로 복무했던 이모(29) 중위는 대대장 아들의 영어과외를 해주기도 했다. 모두 규정에 어긋나는 처사다. 현행 군인복무규율은 군인의 직권 남용을 금지하고, 직무와 무관한 사항을 명령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은 “군대 내 인권침해 실태를 상시적으로 감시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국방감독관제도와 같이 국방부로부터 독립된 감시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준·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2011-10-28 12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