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한인부회장 실종도 조사

서울 강남에서 재력가를 납치해 105억원을 빼앗고 도주한 피의자가 3년여 만에 마카오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지난 10월 발생한 말레이시아 한인회 간부 실종 사건도 김씨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납치한 피해자의 부동산을 담보로 80억원을 대출받고 예금 25억원을 가로챈 혐의(강도 상해) 등을 받고 있던 김모(53)씨를 지난 28일 마카오에서 검거해 30일 서울로 압송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8년 3월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수백억원대 재력가 A씨를 납치해 약 2개월 동안 감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의 공범 7명 중 김씨를 주범으로 보고 있으며, 앞서 이들 중 2명을 검거해 처벌했다.

절도 등 전과 17범으로 특별한 직업이 없던 김씨는 당시 피해자를 감금하는 과정에서 히로뽕을 강제 투약해 판단력을 흐리게 한 후 대출서류를 만들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이렇게 갈취한 돈을 범행 직후 강남 소재 백화점 등에서 물쓰듯 쓰다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사실을 눈치 채고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경찰은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부받아 김씨를 추적, 필리핀에서 체포했지만 현지범행이 아닌 경우에는 신병을 풀어줘야 하는 현지법에 따라 하루 만에 석방됐다.

이후 김씨는 위조여권을 이용해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일대를 3년여간 활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가 위조여권을 쓴 사실을 파악한 뒤 필리핀과 홍콩, 베트남 등 동남아 11개국 경찰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하고 지난달 30일 공개수배했다.

김씨는 마카오의 한인식당에서 벽에 부착된 수배 전단을 보고 갑자기 자리를 뜨는 등 수상한 행적을 보이다가 꼬리를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마카오 소재 한 호텔에 도박을 하러 갔다가 검거될 때도 분실된 타인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10월 말레이시아에서 실종된 한인회 간부 K씨도 김씨가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씨가 10월30일 자신의 아파트에 K씨와 함께 들어간 뒤 2시간 만에 반창고를 붙이고 혼자 나온 점, 이후 K씨가 아파트 CCTV에 잡히지 않은 점, 김씨가 두 차례 큰 가방을 들고 나온 점, 바다와 인접한 지역에서 K씨 휴대전화 신호가 끊긴 점 등에 비춰 김씨가 K씨를 살해한 뒤 유기했을 것으로 보고 증거를 찾고 있다.

실종된 K씨는 아직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김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진술에 따라 공범이 늘어나거나 다른 범죄 행각이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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