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사건’ 고통속 피해자들

‘조희팔사건’ 고통속 피해자들

입력 2012-05-08 00:00
업데이트 2012-05-0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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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날려 자살한 사람 여럿 4년간 시한폭탄 안고 산 기분”

“그때 투자한 돈은 제 목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부산에 사는 이모(56·여)씨는 울먹이며 말했다. 이씨는 2007년 1월 ‘다단계 사기왕’ 조희팔씨가 주도했던 의료기기 임대 사업에 1억 5000만원을 투자했다 모두 날렸다. 이씨는 가족에게 버림당할까 봐 지금까지 남편과 딸에게 이야기조차 못 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식당일을 하고 있지만 2년 전 남편이 당뇨 합병증으로 입원해 결국 살던 집까지 처분했다. 이씨는 “매일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씨는 조씨 사건 해결을 위한 피해자 모임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 형편이 비슷한 이들을 만나면 잠시나마 위안을 얻기 때문이다.

이씨는 “모임에 나오는 한 사람은 지난겨울 돈이 없어 난방을 제대로 못 해 급성폐렴에 걸리는 등 생활이 말이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중국으로 도피한 조씨는 우리들 돈을 갖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니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에 사는 박모(68)씨는 초등학교 동창의 권유로 퇴직금 1억 3200만원을 조씨 사업에 투자했다. 조씨가 중국으로 밀항할 때까지도 자신이 유망한 재테크 사업에 투자했다고 굳게 믿었다. 투자 이익금 명목으로 매일 5만원 정도가 통장에 입금됐기 때문에 ‘다단계 사기’라고 의심해 본 적도 없었다. 차곡차곡 쌓이는 돈으로 편안한 노후 생활을 보낼 것이라 기대했지만 4년여가 지난 지금 박씨는 삶의 터전인 집을 담보로 사채를 끌어 쓰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박씨는 “나이 들어 일할 데도 없고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쓰는 것도 막히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지었다. 그는 “피해자들 중에는 경제적인 고통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사람도 적지 않고 이혼 등 가정 파탄을 겪은 사람은 셀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조씨 사건 피해자들은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간부가 조씨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이미 언론에 보도됐지 않았느냐.”면서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을 이번 수사에서는 반드시 밝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2012-05-0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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