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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정보 무방비 노출] 비밀번호 있으나 마나… 고객 증권 계좌내역 ‘손바닥 보듯’

[고객 정보 무방비 노출] 비밀번호 있으나 마나… 고객 증권 계좌내역 ‘손바닥 보듯’

입력 2012-09-24 00:00
업데이트 2012-09-2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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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고객정보 관리 실태’ 조사 왜 ?

50대 주부 A씨는 최근 증권사 직원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남편의 퇴직금을 자신의 증권 계좌에 일부 넣었는데 증권사 직원이 “여유 자금이 있을 때 관심 분야에 투자하라.”며 계좌 내역을 줄줄 읊었기 때문이다. 당황한 A씨는 “비밀번호도 안 가르쳐 줬는데 어떻게 보유주식 현황과 잔고까지 상세히 꿰뚫고 있느냐.”고 다그쳐 물었다. 그랬더니 “처음에 계좌를 개설할 때 개인 정보 활용에 동의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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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동의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생활을 침범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기초 정보에 국한된 것일 뿐 계좌 내역 전부를 들여다봐도 괜찮다고 동의한 적은 없다.”고 항의했다.

직원에게 따질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A씨는 본사에 재차 전화를 걸어 “애초 동의를 구할 때 내 정보가 어떻게 어디까지 활용될 것인지 설명해 주고 약관에도 명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증권사는 “현행법에 관련 조항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며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이 아닌 만큼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투자자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B씨는 “정 필요하다면 연락처와 보유주식, 매수 날짜 정도만 알아도 되지 않느냐.”면서 “어떤 주식을 사고팔았는지 거래 내역과 잔고, 나아가 내 재산 정보가 전부 공개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거래 증권사에) 따졌더니 다른 증권사들도 모두 그렇게 한다는 어이없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권 투자로 정평이 난 유명 증권사에서 이렇게 고객 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란 B씨는 “고객의 의지와 상관없이 금융계좌 열람이 허용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B씨는 민원서에서 “고객별로 지정돼 있는 전담직원(관리자)은 물론 관리자가 아닌 직원도 손쉽게 고객의 개인 정보를 볼 수 있는 관행은 개인 정보 보호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부의 시책에 위배된다.”고 의견을 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직원은 “고객 관리나 영업에 필요한 정보 범위는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관리 편의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증권사의 관리 직원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이 주식이나 금융상품을 사고팔면 거래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거래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세 곳에 계좌가 있는 직장인 최모씨는 “증권사 직원이 내 거래 내역과 투자성향을 상세히 짚어가며 투자를 권유해 와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어떤 증권사는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일일이 (정보 열람 때) 내 허락을 구하는가 하면, 어떤 증권사는 멋대로 재산 정보를 본 뒤 투자를 권유해 와 한편으론 불쾌하고 찜찜했다.”고 말했다.

김병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약관이 모호하면 개인 정보 유출이나 투자 손실이 일어났을 경우 상당한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에 기초해 정보 열람의 세부 기준과 수집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약관에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개인 정보도 유형마다 등급이 있는 만큼 (증권사 내부에) 정보 접근 권한을 따로 둬야 하며 그에 걸맞은 정보기술(IT) 보안 시스템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2012-09-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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