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대법원은 교조주의에 빠져 있다”

현직 부장판사 “대법원은 교조주의에 빠져 있다”

입력 2012-11-07 00:00
업데이트 2012-11-0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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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한우사건 2심 유죄선고 김동진 판사, 대법 무죄판결 비판글

가짜 횡성한우 사건의 항소심을 담당했던 현직 판사가 자신의 판결을 뒤집은 대법원을 비판하는 글을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

법원 조직에서 하급심 판사가 대법원 판단을 ‘교조주의’라며 정면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합의4부 김동진(43·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는 6일 법원 내부 통신망(코트넷)에 ‘대법원의 횡성한우 판결에 대한 소감. 무엇을 위한 판결인가? 대법원은 교조주의에 빠져 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횡성한우 판결은 김 부장판사가 춘천지법 형사항소부 재판장으로 있을 때 맡았던 사건이다.

당시 동횡성농협 조합장 김모씨 등 11명이 2008~2009년 다른 지역에서 낳은 한우를 횡성에서 1개월 이상 키운 뒤 도축해 횡성한우 브랜드로 판매한 혐의(농산물품질관리법 위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원산지 범위를 둘러싼 논란 속에 1심은 횡성에서 도축만 해도 횡성한우라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1심과 달리, 김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은 2심은 “다른 지역 한우를 횡성으로 들여와 2개월 안에 도축해 판매했다면 사육이 아니라 단순보관”이라며 조합장 김씨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근 “소가 먹은 사료와 사육장소, 건강상태, 이동에서 도축까지 걸린 시간 등을 개별상황을 조사해봐야 판별할 수 있어 횡성한우로 볼 수도 있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이에 김 부장판사는 “소가 팔린 지 몇 년이 지났는데 대법원이 요구하는 방식의 조사가 어떻게 가능한가”라고 반문하고 하급심 법원으로서는 불가능한 조사방법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사법부를 비판할 때에는 ‘혹시 판사들이 형식논리나 교조주의에 빠진 것은 아닐까?’라고 스스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그는 교조주의에 대해 ‘과학적인 해명이나 구체적인 상황을 외면한 채 신앙 또는 신조에 입각해 도그마를 고집하는 입장, 무조건적인 독단론의 별칭으로 쓰이며 형식논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주석도 덧붙였다.

이어 “법의 형식적인 의미에만 집착, 죄형법정주의 또는 입증책임 이념만을 침소봉대함으로써 사건본질에 맞지 않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는 상황을 반복하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점점 멀어진다”며 “습관적으로 집착하는 일반론보다는 농산물품질관리법이 제정된 본래의 정신을 밝혀주는 게 사법부의 소임”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번 글과 관련해 김 부장판사와 접속을 시도했으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2009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쳐 지난해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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