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30대男 뺑소니 혐의로 지명수배

30대 남자가 옛 애인의 다섯 살 난 아들을 태우고 운전하다 전복사고를 내고서 중상을 입은 아이를 차 안에 그대로 둔채 잠적, 경찰이 쫓고 있다.

23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오후 5시께 강동구 암사동 올림픽대로에서 이모(36)씨가 몰던 투스카니 승용차가 가로등을 들이받고 전복됐다.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119구조대와 함께 출동했을 당시 차 안 조수석에 는 이씨의 옛 애인 A(32·여)씨의 아들 B(5)군이 크게 다친 채 쓰러져 있었다. 그러나 사고를 낸 이씨는 이미 달아난 상태였다.

팔과 머리 등을 심하게 다친 B군은 수술을 받고 현재 통원 치료 중이다.

경찰은 중상을 입은 아동을 그대로 내버려둔 채 도망친 이씨를 뺑소니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뒤쫓고 있다.

조사 결과 미혼인 이씨는 사고 당일 오후 3시30분께 B군이 다니는 어린이집에 찾아가 교사에게 자신이 아버지라고 거짓말하고서 B군을 데리고 나가려 했다.

어린이집 교사는 B군이 편부모 아이라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A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A씨는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기도 했던 이씨가 평소 B군을 끔찍이 아꼈던 점을 감안해 이씨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을 허락했다.

’맛있는 저녁을 사주겠다’며 아이를 데려나간 이씨는 사고 당일 오후 4시30분께 A씨와의 통화에서 돌연 “아이를 다시 데려다 주겠다”고 했지만 30분 뒤 전복사고를 내고서 홀연히 사라졌다.

A씨는 “작년 11월 지인의 소개로 이씨와 만나 결혼을 전제로 교제했다”며 “지난 2월 성격 문제로 이별을 요구하자 이씨는 협박 문자를 보낸 것은 물론 삭발에 자살소동까지 벌이는 등 지나친 집착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녀는 “교제 요구에 불응하자 아이를 데려다주면서라도 날 만나려 했던 것 같다”며 “아이를 예뻐하던 그가 왜 사고를 내고 혼자 도망쳤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경찰은 “이씨가 현재 가족과 연락을 끊은 상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