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100억원 수표, 어떻게 변조했나?

사건의 재구성…100억원 수표, 어떻게 변조했나?

입력 2013-07-15 00:00
업데이트 2013-07-1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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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만에 수표변조…위조책은 미검 ‘남겨진 숙제’

지난 1월 11일 국민은행 한강로지점.

이모씨가 김모(42·구속)차장을 통해 자신의 계좌에서 1억1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를 발행해갔다.

100억원짜리 변조수표 사기사건과 전혀 관련없는 이씨의 통장에 돈을 넣은 건 사채업자 김모(42·구속영장신청)씨.

김씨는 주범 나경술(51·구속영장신청)의 부탁을 받고 자기 돈 1억110만원을 투자해 진본 수표용지를 확보하도록 도운 인물이다.

이씨는 자신의 통장을 잠시 빌려주는 대가로 용돈조로 20여만원을 받고 사라졌다.

은행원 김 차장은 용의주도했다.

시중은행은 1억원까지 수표와 1억원을 초과하는 수표가 서로 재질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1억원이 아닌 1억110만원짜리 수표를 발행하게 했다.

김 차장이 이씨에게 건넨 것은 가짜 수표였다. A4용지에 금액과 발행번호가 적힌 이상한 수표였지만 자신이 발행해 준 것이니 아무 상관없었다. 이 과정에서 김 차장은 이씨에게 배부했어야 할 양질의 백지수표 원본 1장을 서랍장 안으로 따로 빼돌렸다.

저녁 김 차장은 원본 수표이자 금액이 적히지 않은 백지수표를 나경술에게 전달했다.

원본 수표를 손에 넣은 나씨는 대상을 물색, 대부업자 박모(45)씨를 타깃으로 정했다.

지난달 11일 최영길(61)을 통해 회사 인수를 위한 자금력 증빙을 이유로 100억원짜리 수표를 발행해 사본을 며칠 빌려달라고 주문했다. 그 대가로 7천200만원을 박씨에게 지불했다.

이 과정에서 발행번호를 알아낸 나경술 일당은 모든 준비를 마무리하고 수표 변조에 들어갔다.

지난 1월 확보한 진본 수표의 발행번호를 교묘하게 지운 뒤 그 위에 박씨의 100억원 수표 발행번호를 입혔다. 금액 또한 ‘100억원’이라고 적었다.

은행에선 일반적으로 타발기(도트프린트 방식)를 사용해 액면 금액 등을 적지만 잉크젯(뿌리기 방식)을 사용해도 감별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쯤은 미리 파악해뒀다.

변조작업은 별칭 ‘○사장’을 통해 단 하룻밤만에 끝났다. 이 변조책은 아직 경찰에 붙잡히지 않아 세부적인 변조 방법은 드러나지 않았다.

나씨 일당은 100억원짜리 수표 변조가 끝나자 다음날 오전 국민은행 수원 정자지점에서 지급제시해 현금화한 뒤 잠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나씨 일당은 6개월여 전 진본 수표 한장을 빼돌리고 나서, 단 하루만에 변조수표를 만들어 범행한 뒤 잠적했다”며 “마치 영화 ‘사건의 재구성’을 보는 것 같았지만 결국 모두 검거돼 ‘일확천금은 없다’는 진리를 다시 깨닫게 해 준 사건”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기청 전담수사팀은 100억원짜리 변조수표를 현금으로 인출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나경술 등 14명(1명 사망)을 검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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