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우수 보호시설아동 대거 탈락…사배자 ‘악용’

성적우수 보호시설아동 대거 탈락…사배자 ‘악용’

입력 2013-07-16 00:00
업데이트 2013-07-1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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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영훈초 출신 많이 합격시키려 경제소외계층 성적 조작

영훈국제중이 사회적배려대상자(사배자) 전형의 주관적 점수를 조작하기 쉽다는 점을 악용해 배려 대상자들을 오히려 배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법인 이사장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며 특정 학부모나 특정 학교 출신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성적 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사장은 그동안 영훈초교 출신을 많이 뽑으라고 직접 지시해 왔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2012학년도 영훈국제중에 지원한 아동보호시설 출신 초등학생 4명 중 합격생은 단 1명뿐이었다.

탈락한 3명 중 2명은 정상적 절차에 따라 선발했다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었던 상위권 학생이었지만 성적 조작으로 탈락했다.

성적 조작은 다음해에도 계속됐다. 2013학년도에도 같은 학교 출신 초등학생 4명이 영훈국제중에 지원했지만 역시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떨어졌다.

탈락자 3명 역시 충분히 합격하고 남았을 만큼 우수한 성적의 초등학생들이었음이 수사결과 확인됐다.

서울북부지검 최종원 차장검사는 “시설아동은 대부분 부모가 없는 고아들이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편견을 갖고 일부러 떨어뜨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탓에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 응시한 학생 중 일부도 같은 피해를 봤다.

2013학년도 사회적배려대상자 중 경제적배려대상자 전형에 지원한 학생 6명 중 3명은 합격이 가능한 점수였지만 학교 직원들에 의해 성적이 조작돼 탈락했다. 반면에 나머지 3명은 오히려 더 높은 점수로 조작돼 합격했다.

명목상 평가 기준은 교사가 전형 서류를 제출하러 온 학생·학부모와 직접 대화를 하며 평가한 ‘면담자료’였다.

하지만 면담자료는 학교에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적은 학생을 선발하라는 이사장의 지시로 조작되고 왜곡됐다.

이사장은 2009∼2010학년도 같은 재단인 영훈초 출신 지원자의 합격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학교 직원들을 질책하며 성적을 조작해 합격률을 높일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적 조작은 영훈국제중 입학관리부장 등 학교 직원들을 중심으로 치밀하게 이뤄졌다.

조작 대상은 주로 상대적으로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주관적 영역 부문의 점수였다.

김 이사장은 “영훈초 출신은 우수한 학생이니 최대한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채점위원에게 전달했다.

채점위원들은 이름을 가리고 점수를 매겨야 하는 규정을 따르지 않고 학생의 개인정보를 보면서 채점을 했다. 결국 대부분 영훈초 학생들이 22점 만점을 받았다.

만점을 받고서도 합격권에 들지 않은 일부 영훈초 학생들은 합격권에 든 다른 학생의 성적을 고의로 떨어뜨려 등수를 올리는 더 적극적인 ‘성적조작’의 혜택을 받았다.

학교 직원들은 교과성적이 낮아 서류합격 가능성이 낮은 영훈초 학생을 위해 나머지 학생의 서류 심사 점수를 허위로 매우 낮게 매기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조작 결과 2009학년도 15명에 불과했던 영훈초 출신 영훈국제중 합격자는 2012학년도 40명에 가깝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영훈국제중은 일부 부유층과 영훈초 출신을 합격시키고 아동보호시설 출신 등을 배제하려고 성적을 조작했다”라며 “사회적배려대상자 제도의 취지에 반해 제도를 악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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