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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학살 희생자 유족 “일본정부 사죄·배상해야”

관동대학살 희생자 유족 “일본정부 사죄·배상해야”

입력 2014-01-21 00:00
업데이트 2014-01-2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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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조민성씨 “역사교과서에 만행 기록…반복되지 않게해야”

“일본이 과거 자신이 행한 학살 만행에 대해 진심 어린 사죄를 하기 바란다. 진상 규명을 통해 사죄를 받아내기 위해서라면 소송도 마다하지 않겠다.”

관동(關東·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의 희생자 유족으로 공직에 있었던 조민성(62·제주시)씨는 최근 들어 더욱 우경화 행보를 걷는 일본에 대해 분개하며 21일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연합뉴스 취재진에 두툼한 집안 족보(漢陽趙氏南原公波濟州世譜)와 언뜻 보기에도 오래돼 보이는 관련 기록 등을 꺼내 보였다.

족보에는 희생된 조묘송씨 가족 5명 모두에 ‘忌 九月一日 日本國 關東地震 犧牲 別世’라는 기록과 함께 ‘一九二三年 日本國 關東地震 日本國 政府 만행에 의해 학살당함’이라고 손으로 쓴 글씨가 뚜렷이 적혀 있었다.

민성씨의 부친 조태만(趙泰滿·1921∼2008)씨가 남긴 글이었다.

조태만씨는 희생된 조묘송씨 등과는 7촌 관계로 과거 관청에서 행정서사로 일하며 친족의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민성씨는 “이 족보의 기록은 제 부친이 직접 일본에 여러 차례 가서 확인한 사실”이라며 “부친은 벌초 등 집안 모임이 있을 때마다 과거 일본의 만행으로 학살당한 친족의 죽음에 대해 자주 언급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희생된 할아버지들에 대한 제사는 자신의 작은아버지가 오랫동안 맡아 지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에 대한 일본정부의 은폐와 진상을 파악하는 데 소홀한 한국정부의 무관심 속에 가족들은 억울한 죽음에 대해 마땅한 대응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저 직계자손이 아님에도 희생된 친족의 제사를 묵묵히 지낼 뿐이었다.

민성씨는 할아버지들이 일본으로 건너간 경위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그는 “할아버지들이 살고 계셨던 제주 대정읍 인성리와 안성리 일대는 과거 추사 김정희가 유배돼 살던 곳이라 예부터 지식인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며 희생된 이들의 아버지인 조팽식(趙彭植·1870∼사망일자 미상)도 마을 훈장을 했다고 말했다.

민성씨는 “당시 집안이 비교적 유복했기 때문에 일을 하러 일본으로 간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러 갔으며, 조묘송 할아버지와 문 할머니가 1910년대 초반 일본에 건너가 아들 태석을 낳은 뒤 동생들을 불러 함께 공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본 관동대지진 희생자와 관련해 일본 시민단체가 조사한 내용에 저희 할아버지들 명단이 포함돼 있어 놀랐다.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유언비어를 퍼뜨려 총칼로 살육한 일본정부가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반드시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성씨는 “우리 정부도 이 기록들을 잘 정리해서 위안부와 관동대지진 희생자 문제 등에 대해 일본의 사죄를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이를 역사교과서에 기록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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