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견 아끼는 맘 안 들키게 적당히 밀당… 우린 연인 같죠”

“경찰견 아끼는 맘 안 들키게 적당히 밀당… 우린 연인 같죠”

입력 2014-09-13 00:00
업데이트 2014-09-13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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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지견 조련 핸들러 서울경찰청 조찬명·김보림 경장

“마트를 가도 제 먹을 것부터 챙기는데 마음 몰라주면 서운하죠. 가끔 토라지기도 하고. 그렇다고 아끼는 마음을 너무 내색해서도 안 돼요. 긴장감을 유지하려면 ‘밀당’(밀고 당기기)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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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 소속 핸들러 김보림(왼쪽) 경장과 조찬명 경장이 12일 경찰견 훈련 과정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파트너 경찰견과 눈을 맞추고 있다.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 소속 핸들러 김보림(왼쪽) 경장과 조찬명 경장이 12일 경찰견 훈련 과정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파트너 경찰견과 눈을 맞추고 있다.
얼핏 연인이나 가족을 향한 투덜거림처럼 들린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찰특공대 조찬명(29) 경장과 김보림(25·여) 경장은 각자의 ‘파트너’를 소개하며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폭발물 현장 등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만큼 동지애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의 ‘파트너’는 경찰견이다. 둘 모두 경찰견을 조련하고 현장에서 폭발물 탐지 임무 등을 함께 수행하는 핸들러(지도수)다. 12일 서울 서초구 경찰특공대 훈련장에서 파트너인 보라(6·암컷)·미듬이(9·암컷)와 함께 맹훈련 중인 두 경관을 만났다.

이들은 젊지만 노련했다. 조 경장은 경찰특공대에서 의경으로 복무하던 2005년 상관 권유로 자격증을 따 핸들러가 됐다. 벌써 10년차로 베테랑에 속한다. 김 경장은 ‘자매 핸들러’로 유명하다. 첫 여경 핸들러인 언니에 이어 2010년부터 핸들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경찰견은 모두 130여 마리. 수색 인력은 부족한데 찾아야 할 곳은 많으니 늘 바쁘다. 둘은 최근 보라, 미듬이와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주요 행사장에서 폭발물 수색을 했다. 폭발물 의심 신고가 접수될 때마다 부리나케 달려가고 대통령 외부행사 때 위험물 설치 여부도 탐지한다.

핸들러와 경찰견이 인연을 맺는 과정은 ‘중매’와 비슷하다. 특공대의 핸들러 팀장이 대원과 경찰견 성격, 외모 등을 고려해 짝을 지어준다. 보라는 호전적인 마리노이즈 종(種)으로 체중이 25㎏에 이른다. 용맹한 만큼 고집이 세다. 힘세고 참을성 많은 조 경장과 딱이다. 미듬이는 몸무게 7~8㎏의 스프링거 스파니엘 종이다. 하얀색과 짙은 갈색 털이 섞여 귀엽다. 김 경장의 파트너로 제격이다. 김 경장과 미듬이는 인파로 북적이는 호텔 등 거부감 없이 수색 작업을 해야 하는 곳에 투입된다.

김 경장은 “처음 만났을 때는 소개팅 남녀처럼 서먹했다”고 말했다. 이름을 애타게 불러도 미듬이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을 만큼 도도했다. 하지만 정성을 쏟으면 마음을 여는 건 개나 사람이나 비슷한 모양이다. 함께 공놀이를 하거나 산책하며 공을 들이자 언젠가부터 미듬이는 김 경장만 보기 시작했다. 김 경장은 “미듬이가 좋아하는 개껌을 사비를 털어 몇 달 사줬더니 눈빛이 달라지더라”면서 “미듬이에게 가족에게도 말 못할 고민을 털어놓으면 속이 좀 풀린다”며 웃었다.

가족이나 다름없지만 아끼는 마음을 너무 드러내도 안 된다. 자칫 훈련이나 임무 수행 때 집중력을 잃고 엉겨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밀당’이 필요하다. 조 경장은 “훈련 때 산만하면 단호하게 꾸짖는다”고 말했다. 폭발물 신고 중 오인·거짓 신고가 많아 경찰견들도 탐지 현장에서 ‘또 폭발물이 없겠지’라고 예단해 느슨해지기도 하는데 긴장감 유지를 위해 가끔 모조 폭발물을 현장에 숨겨놓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김 경장은 “미듬이가 나이 들면 언젠가 헤어져야 하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벌써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미 ‘이별 경험’이 있는 조 경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보라를 맡기 전 조 경장과 함께했던 독일 셰퍼드 ‘케이’는 지난해 여름 은퇴했다. 경찰견은 보통 10~12살쯤 되면 신체 능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일반 가정에 분양된다. 조 경장은 “요즘도 가끔 케이 생각이 나 함께 찍었던 사진을 꺼내보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특공대원으로 고생만 하다가 노후라도 안락하게 보낼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4-09-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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